나는 나를 찾고 싶어서 퇴사를 결심했다.
난 남에 의해서만 행복해져.
난 남의 칭찬에만 행복해져.
난 남의 사랑에만 행복해져.
난 나에 의해서는 불행해져.
『THE FRAGMENT』, 박가람
상수동에 있는 어느 서점에서 이 책을 샀다. 술술 읽히는 에세이집이었는데, 이 페이지를 읽고서는 펑펑 울었다. 불안하기도 하고 위안이 되기도 해서. 나는 항상 나만 힘든 것 같지만 의외로 세상에는 나와 닮은 사람이 참 많다.
지금껏 특별하고 싶었지만 평범하게, 적당히 타협하며 살았다. 중학교때부터 고등학교, 대학교 내내 밴드에서 노래를 했다. 고등학교때는 실용음악과에 가고 싶었다. 아빠의 반대는 핑계였고 실은 노력은 재능을 이길 수 없다는 자괴감에 입시를 포기했다.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취업이 잘 된다는 경영학과에 진학했고 나름의 자기만족으로 국문학을 부전공했다. 그럭저럭 좋은 대학을 나와 그럭저럭 괜찮은 회사를 다니지만 언제까지나 나와 타협하면서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스물 일곱이 되어서야 '행복'하게 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나에 대해 알고 싶어 퇴사를 결심했다. 나는 속한 조직, 연결된 관계를 통해 나를 규정하는 사람이었다. 정작 내 알맹이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브런치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그 알맹이를 찾는 과정을 타인에게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악물고 버텼던 인턴 기간, 정규직 전환 면접을 보던 날, 합격 발표가 났던 날. 그런 날들에 나는 미래의 내가 '퇴사'를 고민할 거라고 전혀 예상치 못했다. 말로는 평생 직장은 없다고 떠들어댔지만 실은 조직으로부터 벗어나 혼자 되는 것에 큰 두려움을 느낀다. 나 같은 사람 참 많다. 내 주변에도 많고, 모르긴 하지만 세상에도 많을 거다. 죽을 것 같은 일도 같이 고민하면 보다 나은 법. 이제 막 한발 내딛는 새내기 퇴준생의 이야기를 크게는 말고 조금은 기대해 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