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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치 Aug 01. 2018

나의 직업에 대하여

퇴사를 결심한 이유 2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지난 1월, 감기 걸리면 내과에 가듯 자연스레 정신과의원을 찾았다. 길을 걷다가 눈에 보이길래 뭐에 홀린 듯 그냥 들어갔다. 접수를 하고 상담을 받고, 약을 받아 나오는 과정은 위화감이 들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내 병명은 우울증을 동반한 공황장애였다.


 나는 편의점 회사에 다닌다. 영업 관리 일을 한다. 편의점은 프랜차이즈 본부와 가맹점주들이 1:1 계약을 맺고, 가맹점을 내어 영업하는 프랜차이즈업이다. 본부와 가맹점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필요하고, 그 연결고리가 나다. 수백 명의 영업관리자 중 한 명인 셈이다. 특정 지역을 배치받아 지역 내 점포들을 관리하는 일을 한다. 행사 대응도 하고, 경영주들의 불편사항 해결도 하고, 하소연도 듣고. 또, 때로는 욕도 듣고.


 직영 점포에서 1년 가까이 근무하고 영업관리자가 된지는 1년쯤 됐다. 인턴 입사부터 카운트하면 입사 2년이 넘었다. 1년 4계절을 두 바퀴 돌았으니 웬만한 것은 경험한 것 같다.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취준을 하면서 유통업이 사람을 많이 뽑으니 자연스레 오게 되었다. 성장과정 내내 나는 내가 외향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했고, 활동적인 이 직업이 아주 딱 들어맞지는 않아도 적당히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2017년에 3번 기절했다. 한 번은 더워서, 한 번은 사람이 많아서, 또 다른 한 번은 피곤해서라고 생각했으나 세 번째에 이르렀을 때는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맘때쯤 새벽에 자다가 두세 번은 무조건 깼고, 이유 없이 울었다. 만원 버스 안에서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면서도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몰랐다. 작년 말 남자친구와 헤어졌고 그 후유증인가, 피곤한가 보다 했다. 하고 싶은 말 편하게 하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입은 떼보 지도 못하고 엉엉 우는 나를 발견했을 때. 아,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구나. 그제야 나는 알았다.




알고보면 내성적인 사람인가봐.


 사람들은 내가 낯도 안 가리고, 천진한 사람이라고 한다. 야무지고 활동적인 사람이라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가만히 돌아보면, 나는 그런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타고난 기질이 내성적인데 이상적인 모습으로 보이려 노력을 하니 에너지 소비가 참 컸다. 자주 찾아오는 행사, 충족해야 하는 실적 목표, 오르는 최저임금, 점점 힘들어지는 경영주들. 부모님 뻘의 사람들을 매일같이 만나 설득과 타협과 분노를 거듭하며 줄다리기하는 과정이 참 힘들었다. 그런 것들을 견디기에 너무 약해져 있었다.

 

 지금도 꾸준히 약을 먹는다. 퇴사를 한다고 이 모든 것이 괜찮아질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도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퇴사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또 다른 진짜 이유는 내 병이다. 아파서, 나아지고 싶어서. 이렇게 아등바등 약 먹어가며 버티지 않아도 내 남은 삶이 괜찮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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