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청망청의 아이콘
관리하는 점포 중에 로또 판매하는 곳이 있다. 1등도 나오고 2등도 나오고 그런데라 금요일 토요일이면 문전성시다. 갈 때마다 오천 원치씩 로또를 산다. 그리고 오천 원도 되어본 적이 없다. 요즘 입버릇이 생겼는데, '나 부자 되고 싶어'다. 맨날 기도한다. 부자 되게 해주세요 제발.
퇴사를 고민하는 시점에서 가장 큰 산은 '돈'이었다. 내가 얼마를 모았는지, 퇴직금이 얼마 나올 건지, 그리고 그 돈으로 대체 난 얼마나 벌이 없이 버틸 수 있는지. 다시 취준 하려면 나 토익학원도 다녀야 하고, 운전면허 기능연수도 받아야 하는데. 수많은 기회비용을 계산하고 또 계산한다.
1. 의
나=흥청망청의 아이콘. 명품을 찾지는 않지만 꾸미기 좋아해서 한때는 화장품 콜렉터였다. 필요한 것만 산다면?
2. 식
집밥을 먹어보자. 다이어트한다고 생각해.
3. 주
부모님이랑 같이 산다. 그 말은 서울에 잘 곳이 있다는 거다. 매달 월세, 관리비 부담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변 동기들, 선배들 다 차 살 때 면허도 없다며 차 사기를 미룬 것도 퇴사를 하려고 보니 참 잘한 일이다.
4. 기타
- 보험료
- 통신비
- 교통비
- 의료비
- 교육 (토익, 운전면허 등 재취업에 필요한 비용)
5. 그리고 나
이게 제일 중요하지. 내가 퇴사하고 나를 위해 쓸 돈. 나의 스물일곱은 이 5번을 위해 쓸 거다. 좋은 책을 읽고(빌려 읽어 멍청아), 좋은 영화를 보고(조조만 봐), 운동을 하고(필라테스 진짜 비싸다). 여행을 다니고(해외여행 한번 가면 백만 원은 기본으로 빠지던데 나는), 배우고 싶던 것을 배우고(바리스타 알아보니 2달에 80). 근데 다 하려면 돈이 짱 많이 들고, 부자가 되고 싶다 나는. 그래서 로또를 산다.
1~5번까지를 다 하려면 한 달에 팔십~백만 원은 족히 든다. 1년이면 1,000~1,200만 원. 2년간 모은 돈 탕진하는 셈. 아, 이러니 내 퇴사가 점점 늦어지는 거다. 이렇게 겁이 많아서야. 겁이 많은 건지 계산적인 건지. 어쩌면 둘 다. 이거 나만의 고민 아닌 거지? 제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