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제3의 직업 갖기
친한 동생을 만났다. 청하 3병을 마시고 직업에 대해 깊은 토론을 했더랬다. "언니, 나 미국에 있을 때 같이 일했던 여자는 직업이 3개였어. 그중 하나는 댄스강사였다?"
한편, 요즘 필라테스를 같이 다니는 친한 친구는 작업치료사다. 그녀의 직장동료는 작업치료사이자, 필라테스 강사이자, 스피닝 강사다.
경영학을 전공하던 대학시절, 인사 관련 과목 교수님들은 수업마다 말씀하셨다. 이제 직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으니 평생직업이란 사라질 것이라고. 자네들의 부모 세대가 한직장에 평생 다니는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고.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제 이직에 이직을 거듭하는 세상이 되겠구나.
어렵게 들어온 만큼 최대한 버티고 싶었달까. 회사가 날 자르진 않을 것 같으니 이대로 뭉개다 보면 40대까지는 그럭저럭 버티지 않을까. 그 뒤에는 점포 하나 좋은 조건으로 차려서 편의점 점주 해야지 뭐. 이런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 (우리 회사에는 실제로 그런 사람 되게 많거든.)
청하 마신 그 동생의, 필라테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가 참 한정적인 시야로 세상을 보는구나 싶다. 지금 내 월급으로는 지출을 줄이고 줄여도 절대 서울에 집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노후 대비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결혼과 출산, 육아까지는 생각이 미치지도 않는다. 물려받을 재산도 없다. 이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취준생이 되어서 토익 따고 컴활 따고 자소서 써서 다른 회사 가면 세상이 바뀌고 내가 바뀔까?
안 바뀌겠지. 분명하게 안다. 나도 평일엔 직장을 다니고, 주말에는 네일 아트를 하고, 남는 시간엔 글을 쓰거나 슬라임을 만들어서 인스타그램으로 판매하는 쓰리잡 포잡 가진 여성이 되어야 하는 거다. 그게 내 경제적 활동에도, 또 심리적 안정에도-돈 때문에 퇴사를 고민하는 상황에서 비롯되는 멘탈붕괴, 자기 발전에도 훨씬 미래지향적일테니. 아, 세상 살기 참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