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SNS가 인생의 낭비라고 하는 거군요
구남친 인스타를 차단했다 풀었다 혼자 야단법석이었다. 어제는 랜덤으로 플레이리스트를 돌리다 그 사람을 떠오르게 하는 노래가 나와 몇 달 만에 들어가 봤다. 계정이 뜨자마자 반지 낀 손이 떡하니 보여 조금 당황했다. 사진 너머 손을 보면서, 끝까지 붙잡지 못했던 크고 건조한 손이 떠올랐다. 지금 같은 날씨엔 까슬까슬할 정도로 건조해 핸드크림을 쥐어주고 싶던 손. 그 손에 어떨 땐 속박 같은 금속을 끼워두고 싶었다. 새끼손가락끼리 빨간 실을 연결해둔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꼭 붙잡아두고 싶던 게 매일 같았다. 지난했던 연애 동안 너를 더 잘 구슬렸어야 했다는 생각을 하다 문득 비참해져서 휴대폰 화면을 껐다.
검은 화면에 비친 우울한 표정의 얼굴이 보였다. 그때보다는 조금 살이 빠지고 화장이 옅어진 여자. 내 눈에는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지만, 어쩌면 길에서 마주친다면 너는 나를 한 번에 못 알아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이래서 과거는 돌아볼수록 후회뿐이고 슬픔뿐인 걸까.
오늘은 소고기를 꼭 먹어야겠다. 한우 차돌박이만이 이 우울감을 구원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