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찌질함을 자랑삼던 때

P와의 기억 2

by 이마치


나는 상당한 애주가인데 술맛은 잘 모르고 술자리를 즐긴다. (지금은 아니지만) 20대 초반에는 사람을 참 좋아했다. 일주일이 총 7일이니 그중 반은 넘겨야 한다며 4일은 술을 마셨다. P는 나의 술 약속들에 크게 간섭하지 않았다. 매일같이 하는 말이 연락만 잘해라,였다. 여느 때와 같은 술 약속 중 하나였다. 누구랑 무슨 술을 마셨는지도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제 자리가 끝났고, 집으로 출발한다고 택시를 탔다는 카톡을 보냈다. 그 후로는 기억 無.


아침에 일어나니 부재중 전화 12통과 장문의 카톡. 아침에 일어나면 연락하라는 최후통첩. 바들바들 떨면서 괜히 센척 전화를 걸었다. 택시 탔다는 카톡 이후로 나는 연락두절이 되었고 P는 걱정을 했고, 전화를 했지만 전혀 안 받았고. 뭐 그런 줄거리. 열 받은 P는 나한테 뭘 하고 돌아다니는 거냐고 소리를 질렀다. 그간 쌓여왔던 게 터진 것도 같은데 나는 지기 싫어 같이 소리를 질렀다. 그럼 수도승처럼 집에 혼자 있냐고, 좀 놀 수도 있지 않냐고. P는 정색하며 너 어제 집에 들어간 거 CCTV 따서 보내,라고 했다. 나는 대차게 진짜 경비실에 갔다. 아저씨, 저 201호 사는 학생인데요 어제 새벽 3시쯤 계단 CCTV 좀 보여주세요. 확인할 게 있어서요. 비틀거리며 계단을 오르는 내가 보였다. 그리고 그 CCTV 화면을 시간까지 나오게끔 고스란히 휴대폰 영상으로 찍어 P에게 보냈다. 이제 됐냐? 이거 데이트 폭력 아냐?


P는 더 화가 났다. 그리고는 휴대폰을 꺼버렸다. 그제야 술이 깬 나는 안절부절못하며 애타게 P를 기다렸다. P는 그날 밤에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걱정이 되어서 화를 냈는데, 연락 못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만 했으면 됐을 걸 왜 일을 키우냐고 했다. 늦게 돌아다니지 말아라 술 먹지 말아라 등등 그런 잔소리도 아니고, 간섭도 아니고, 아빠같이 굴겠다는 게 아니라고. 그냥 택시 탔다고 하고 전화를 안 받으니 티비 속 뉴스들이 생각나서 초조했다고. 근데 너는 그런 날 이해하긴커녕 진짜 CCTV를 찍어서 보내고 있냐고. 그런걸 시킨 난 뭐가 되는거고, 넌 왜 항상 걱정한 나는 생각 안하냐고. 그제야 나는 슬며시 미안하다고 울었다.


다시 돌아보니 나는 너무 찌질하고 못된 사람이었다. 너 역시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찌질함이 세상 최고로 미우면서 용서가 되던 때, 그런 때가 우리에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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