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페레로로쉐 좋아해요?

그땐 참 달콤했었지

by 이마치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했다. 2월부터 11월까지 상암동의 한 회사에서 프리랜서로 근무했다. K는 나보다 1년쯤 먼저 그 회사에 입사한 공채 신입사원이었다. 여직원들이 많은 회사라 젊은 남자가 드물었고, 그 와중에도 K는 다소 눈에 띄는 스타일이었다. 해외대 출신이기도 하고 대단한 집안 아드님이라는 소문이 파다해서.


회사에서 나는 마냥 아기 같은 존재였다. 스물셋의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생이었다. 가장 어린 팀 막내와도 다섯 살 차이가 났다. 회의 때마다, 회식 때마다 선배들은 우리 부서에서 누가 제일 니 스타일이냐며 물었다. 타깃이 아주 분명한 그 짓궂은 질문들에 나는 늘 곤란했다. K가 진짜 내 스타일이었던 것은 아닌데, 그냥 K라고 대답했던 게 화근이었을까. 소문은 입에 입을 타고 그에게 전해졌다. 나는 K를 볼 때마다 부끄럽다기보다는 민망했다. 내가 꿈꾸는 이렇게 큰 회사에 공채로 입사한 저 잘난 남자에게 내가 감히. 좋아했던 것도 아닌데 그냥 이런 이상한 소문의 근원지가 나라는 것 자체가 뭔가 부끄러워서.


화이트데이였다. 나는 계약직 프리랜서였기 때문에 대개 5시 50분이면 짐을 싸고 59분에 컴퓨터를 껐다. 그날은 밀린 워딩 작업이 있어 30분쯤 더 하다 갈까 고민하던 날이었다. 한 번도 대화조차 나눠본 적 없는 K에게 메신저 대화가 날아왔다. 혹시 페레로로쉐 좋아해요? 네 좋아해요. 그러면 10분만 있다가 1층에서 잠깐 만나요. 페레로로쉐 주고 싶어서.


그 유치한 작업에 나는 홀랑 넘어갔다. 상암동 한복판에서 페레로로쉐 3입짜리 하나를 받아 들고 나는 세상 천진하게 웃었다. K는 다시 사무실로 올라갔고,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710번 버스를 기다리면서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그때까지도 K를 사랑은커녕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이런 설렘이 뭔가 좋아서.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초콜릿을 우물거리며 집에 돌아왔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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