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팔면서 사는 사람을 혐오하던 때가 있었다.
어떤 이가 쓴 건지는 확실치 않으나 보자마자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더랬다. 간혹 머릿속을 떠돌지만 문장으로 만들기가 어려운 생각들이 있는데, 그 문장이 그러했다. 어쩜, 이렇게 딱.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많은 동기들이 그러했듯 휴학을 했다. 약간 유행 같은 거였다. 그쯤 휴학을 하고 워홀이나 공무원 시험 한번쯤 준비해보는 행위들이. 나는 일자리를 찾았다. 스펙에 도움되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스펙업이나 독취사 같은 카페들을 들락날락하며 사무보조 알바를 찾았고, 세 군데 최종 합격을 했다. 신용보증기금, 씨네 21, 그리고 CJ E&M이었다. 정직원도 아닐뿐더러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엑셀에 자료나 쳐내는 단순 사무보조 알바였겠으나 그때는 그렇게 자랑스러웠다.
그쯤의 나는 내 능력치와 관계없이 허세에 젖어 AE나 마케터가 되겠노라 큰소리 뻥뻥 치던 문돌이였다. 좀 더 (내 기준에) 크리에이티브한 일이 하고 싶었고, 씨네 21과 CJ E&M 중에 아주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씨네 21은 웹페이지 관리자를 구했었다. 잘 모르는 웹 소스들이 두려웠던 나는 CJ E&M을 선택했다. 그리고 나는 프리랜서 마케터가 되었다.
CJ E&M에서 보낸 9개월의 시간은 무척이나 좋았다. 회사생활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방송콘텐츠 사업을 간접 경험했고, 윤두준이랑 양요섭도 봤다. (이게 제일 좋았음) 무엇보다 밥과 꿈을 동시에 잡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나는 꽤나 현실적인 사람이라 안 되는 건 빠르게 포기하며 살았다. 안되는 걸 되게 하는데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았고, 되는 걸 열심히 했다. 근데 그 회사에는 꿈을 좇다 보니 밥과 꿈을 다 얻은 사람들이 즐비했다. 애니메이션 판권 사업이 하고 싶어 3년 동안 여기만 팠다는 선배, 하루에 2시간을 자고 편집하지만 행복지수가 높았던 선배, 뮤지컬에 미쳐서 한 달에 뮤지컬만 10편 본다던 선배. 그런 사람들 틈에서 끊임없이 초라해졌다. 혐오하던 대상이 나보다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느끼는 박탈감은 엄청났다. 졸업학년이 되었을 때 CJ E&M을 여러 번 지원했다. 늘 면접에서 떨어지면서 나는 꿈을 좇는 사람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부러워했던 게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꿈을 좇을 의지와 능력, 여유가 없던 건 아닐까.
허세 가득하던 때, 꿈과 밥을 둘 다 얻을 수 있다고 자신하던 때. 지금의 나는 하루하루 밥그릇을 걱정하느라 꿈을 잊고 산다. 예전의 꿈이 뭐였는지, 어떤 걸 좋아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스물셋의 내가 그립고, 그때 만났던 꿈쟁이들이 부럽고, 또 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