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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치 Sep 02. 2018

월요병 아니고 일요병

실은 토요일 저녁부터 숨이 막힌다



화요일부터 쏟아진 폭우로 팀 점포 중 하나가 천장에 구멍이 났다. 


 1~2층 사이 건물 배수관이 지나는데 그게 누수가 되었고, 그 탓에 천장에 구멍이 뻥 뚫렸다. 당연히 점포는 침수됐고 모든 장비와 상품은 쓸모없는 짐덩이가 되었다. 수요일, 목요일 꼬박 그 점포에 매달렸다. 팀원 모두가 출근했다. 시설팀, 인테리어 담당자, 장비 철수를 위한 용역업체, 보험 담당자, 손해사정사 등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이해관계자를 만났다. 파손된 모든 상품을 하나하나 확인해 리스트업 했고 인근 점포로 옮겼다. 빗물에 먼지에 곰팡이에 운동화 2개가 아작 났고, 결국은 삼선 슬리퍼 하나 사서 신었다. 옥상에 살아남은 상품을 랩핑해서 옮기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럴 거면 경영학 공부는 왜 했나. 웨이트 트레이닝하는 게 직무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겠다. 


 이틀을 꼬박 그러고는 기어이 몸살이 났다. 금요일 눈을 뜨니 이미 9시 반이었다. 팀장님 전화 소리에 깼다. 에라 모르겠다의 심정으로 팀장님 저 오늘 도저히 못 나가겠어요, 했다. 그리고 토요일, 일요일. 마침내 절망과 고통의 일요일이 왔다. 




요즘 나는 일요병을 앓고 있다. 


 증세가 시작된지는 꽤 됐다. 일요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부터 심장이 두근대서 진정이 안된다. 오늘 하루만 자고 일어나면 또 출근해야 해. 내일은 또 이런 걸 해야 될 테고, 이건 나에게 이런 스트레스를 줄 거고. 난 잘 해내야 해. 실수하면 안 돼. 욕먹지 않게 잘하자. 어떻게 하면 도망칠 수 있나. 몇백 번을 속으로 되뇐다. 일요병이 진행된 지 몇 달 되다 보니 실은 요즘엔 토요일 밤부터 숨이 막힌다. 월요일 출근까지 남은 시간은 36시간. 계속 시간이 줄어들 때마다 시계를 보면서 한 시간 한 시간을 카운팅 한다.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것 같아. 그러다가 도저히 머리가 아파서 못 견디겠으면 타이레놀을 꺼낸다. 굳은 어깨를 위해 근육이완제를 털어 넣는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어쩌면 감정 쓰레기통이 필요해서. 내 답답한 마음을 누군가는 천 퍼센트 공감할 테고, 나만 이런 게 아니란 걸 확인하고 싶어서. 일요병에는 약도 없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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