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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치 Sep 06. 2018

혼자 있고 싶어요. 다 나가주세요.

필라테스를 하니 참 좋아요


  출근길에 팀장님 카톡이 카톡 카톡 날아들었다. 무한히 울릴 것 같은 팀 카톡방 알람을 들으며 횡단보도에서 빨간 신호등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문득 차에 치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차에 치여서 병원에 실려가서 딱 한 달만 입원하고 싶다. 제발.



 신입사원일 때 대부분의 선배들은 취미를 갖길 권했다. 이 힘든 세상 다만 주말에라도 네가 좋아하는 거 해야 견딘다며.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내 취미는 소비가 되었다. 화장품이 로드샵에서 백화점 브랜드로 업그레이드되었고, 내일로 여행은 해외여행으로 탈바꿈했다. 연말정산을 할 때마다 유난히 많은 환급액을 보며 공허함을 느끼곤 했지. 요 근래는 소비 권태기다. 돈을 써도 써도 행복하지 않다.


 3년 차에 접어들고 든 생각은 취미란 혼자 시간을 보내는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는 거다. 체질적으로 나는 스트레스 역치가 낮다. 압박감에 쉽게 굴복한다. 스스로가 튼튼하지 않아서 그렇다. 자존감이 낮고 남 눈치를 너무 많이 봐서. 그래서, 내 여가 시간은 내 속의 나를 씩씩하게 만드는 시간이어야 했다. 그런데 누군가와 취미를 같이 해보니 또 걔 눈치를 보더라고. 가족도, 친구도 예외는 없다. 마치 그거 같다. 혼자 있고 싶으니 다 나가주세요.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아마 내가 수영을 시작했더라면 이만큼의 마음의 안정이 없었을 거다. 옆 레인 보면서 내가 더 빨리 가려고 애쓸 테니까. 테니스, 배드민턴 같은 건 더더욱 안된다. 경쟁심 없이 타인과 발맞출 필요 없이 나 혼자 잘할 수 있는 운동. 저녁 9시부터 한 시간씩 필라테스를 하면서 나는 준비를 한다. 다시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세상으로 뛰어들 마음의 준비. 



 내 개인적인 이유 외에도 필라테스의 장점은 훠얼씬 더 많다. 


1. 내 몸에 대해 알아가는 게 즐겁다. 나도 모르는 내 근육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깨닫게 된다.

2. 몸이 유연해지고 긴장이 풀린다. 늘 바짝 굳어있던 승모근이 이완되는 느낌! 

3. 자세가 좋아졌다. 한 달 동안 교정이 된 건 당연히 아니다. 다만, 내가 오른쪽 골반이 틀어져 있고 왼쪽 다리가 힘이 더 약하다는 걸 알게 되어서 걷거나 앉을 때 신경을 쓴다. 

4. 당연히 살도 빠진다. 체지방이 줄고 근육이 붙는다. 몸무게에 크게 변화가 없어도 옷태가 예뻐진다. 스스로 운동하는 여자라는 자부심도 느낄 수 있다. (평소에 워낙 안 해서) 


 한 5킬로만 빼서...........  나도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이나 준비해볼까 봐. 요즘에 자격증 과정도 진짜 잘 되어 있던데. 



덧)

피트니스 옷이 정말 예쁜 게 많다. 내 소비의 반경은 더욱 넓어지고 말았다. 이것은 장점이 아니라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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