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시간 일하는 게 가능하더라고
지난 월요일, 9시 출근해서 6시 퇴근했다. 18시가 아니라 6시. 화요일 아침 6시에 택시 안에서 뜨는 해를 보며 퇴근했고, 3시간 자고 다시 출근했다. 19시에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또 오늘 출근. 이거 실화냐?
왜 그렇게 일을 했는지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자면 지구 두 바퀴 돌아도 끝도 없겠다. 나란 사람은 고3 때도 대학 졸업학년 때도 밤새 공부해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 일을 하겠다고 21시간을 깨어있다니. 몹쓸 세상이다.
일본 최대 광고회사인 덴쓰의 신입사원이 월 105시간 초과 근무 후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한창 인턴하고 있을 때 터진 뉴스였다. 그때의 나는 정직원이 되기 위해서 하루에 꼬박 12시간을 일했다. 12시간을 안 채운다고 면박을 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렇게 해야 정직원이 될 수 있었다. 인턴생활을 명동에서 했는데, 그곳에는 나와 같은 처지의 인턴 동기가 5명이 있었다. 인턴들과 상급자들이 모인 카톡방이 있었고, 매번 출퇴근마다 보고를 해야 했다. 자연스레 동기들보다 더 일찍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하려 애썼고, 경쟁구도 속에서 12시간 근무는 어쩌면 당연했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저녁 9시에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하면서도 나는 부조리함을 몰랐다. 인턴이라도 붙여준 이 회사에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정직원만 된다면 12시간 일하는 것쯤이야 별거 아니라고 스스로를 설득해냈다.
여전히 행사 때면 하루에 17~18시간을 일하고, 초과수당은 전무하다. 그래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팀에 민폐니까. 이 조직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을 상실할까 봐. 나는 무서워서 그 시간들을 이 악물고 버텼다. 그저께 기어이 21시간을 채우고 퇴근을 하면서 택시에서 조금 울었다. 택시 기사님은 우는 나를 봤을 텐데도 아는 체 하지 않았다.
택시를 30분 동안 타고 가면서 기사님이 내게 건넨 말은 3마디뿐이었다. 어서 오세요. 9,200원입니다. 손님, 해가 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