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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치 Oct 17. 2018

맥모닝과 조조영화

모든 행복의 질량은 같을까


 맥모닝을 무지 좋아한다. 베이컨 에그 맥머핀에 해쉬브라운, 따뜻한 커피. 이 보다 환상의 조합은 진짜 없음. 좋아하는 다른 이유는 맥모닝이 아침 10시까지만 판매되기 때문이다. 평일엔 보통 일을 하니 주말에 맥모닝을 먹게 되는데, 먹기 위해선 일찍 일어나서 근처 맥도널드까지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이 너무 기쁘다. 1)주말에 자의로 일찍 일어남 2)덕분에 하루가 길어짐 3)아침도 챙겨 먹음


 지난 일요일에 영화 <스타 이즈 본>을 조조로 봤다. 예고편을 본 순간부터 레이디가가에 사랑에 빠져서 꼭 보고 말겠다며 작정을 한 터였다. 마침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의 메가박스에서 상영을 하길래 토요일 밤 미리 예매하고 알람을 5분간격으로 5번 맞췄다.


 메가박스 맞은편에는 맥도널드가 있다. 이미 나는 영화관으로 걸어가면서 온통 맥모닝 생각뿐이었다. 넓은 상영관에 5석 정도 찬 것 같았다. 조금 일찍 도착해 극장을 둘러보다 이쯤이면 맥모닝을 먹으며 영화를 봐도 좋겠다고 판단했고(사람이 굉장히 적고 멀리 떨어져 있어서 뭘 먹는 내가 민폐가 아닐 것 같았음) 맥도널드로 뛰어갔다. 따끈한 해쉬브라운을 손에 집어 들고 극장에 앉았을 때의 행복은 어디에도 없을 큰 기쁨이었다. 보고 싶던 영화도 보고 1년에 3번 먹을 수 있을까 말까한 맥모닝도 먹었으니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요즘 소확행이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그 단어를 들을 때마다 되게 슬펐다.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면 작아도 확실한 행복을 찾나 싶어서. 큰 행복을 꿈꾸기엔 세상이 각박하니까, 쪼그만걸 계속 모으나 싶었다. 영화는 만족스러웠다. 훌륭한 OST를 들으며 부른 배를 소화시킬겸 집으로 걸어가는 길, 모든 행복의 질량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크기 비교가 애초에 불가하다고. 로또에 당첨되는 것과 맥모닝 먹는 게 같은 행복인 것 같다고.(당첨되어 본 적 없지만...) 행복의 질량이 다 같다면 확실하냐 불확실하냐의 문제이지 않을까. 가령, 맥모닝을 먹으면 내가 행복해지는 건 확실한 거니까. 사람들이 저마다 뭘 할 때 '확실히' 행복한지를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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