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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치 Nov 07. 2018

제 캐리어가 왜 방글라데시에 있나요?

타이항공 이놈들아 내 캐리어 내놔라



당장 내 캐리어 내놔라 이놈들아


 어제 6시에 치앙마이 공항에 도착했다. 짐을 한참 기다렸지만 마지막까지 나오지 않았고, 부들부들 떨며 분실 신고했다. 공항 스텝은 캐리어 태그 번호를 검색하더니 경유지인 방콕에 내 캐리어가 있다고 했다. 오늘 자정까지 방콕↔치앙마이 간의 아주 많은 비행이 예정되어 있으니 받자마자 호스텔로 가져다주겠다고 했다. 분명 오늘 안에 갈 거라고...


 대략 22시간이 지났지만 캐리어를 아직 받지 못했다. 




여유는 좋은데 속 터진다.


 치앙마이는 무척이나 평온하고 여유로운 도시다. 근데 문제는 내가 성격이 무척이나 급하고, 우울증 약이 거기 있다는 거다! 온갖 약이 캐리어에 있다. 조금 무섭다. 갑자기 우울이 터지면 어떡하나. 초조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 했지만, 아니 약이 거기 있다니까...(눈물) 아침에 유심칩을 사자마자 공항에 전화했다. 공항 스텝이 그랬다. 네 캐리어 지금 방글라데시에 있어.


어젯밤에 방콕에 있는 거 확인했는데? 왜 방글라데시에 내 캐리어가 가 있어?
아마 태그가 잘못 달린 것 같아.
그래서 언제 받을 수 있어?
확실히 모르겠어. 아마 오늘이나 내일?
내 약들이 그 캐리어에 있거든. 꼭 필요해. 최대한 빠른 게 언제야?
오늘이나 내일?
(포기)


 뭐 이런 식이었다. 미치고 팔짝 뛰고 환장할 노릇이다. 치앙마이 이틀 만에 찾아온 위기라니! 환전한 돈을 다 기내에 들고 탄게 신의 한 수였다. 노트북, 크레마, 충전기, 돈, 여권, 휴대폰, 간단한 화장품이 내게 있었다. 호스텔에 샴푸랑 바디워시 있으니 근처 세븐일레븐 가서 치약 칫솔세트랑 클렌징 폼만 사 왔다. 면세로 산 에센스와 여성청결제, 클렌징 밤이 날 살렸다. 


 문제는 속옷, 옷, 신발, 그리고 렌즈. 렌즈 빼고 오늘 아침 다 사 왔다. 덕분에 오조오억 쓴 것 같은데. 이따 야시장 열리면 여분의 옷을 더 사야한다. 타이항공 이놈들 내가 진짜 다 보상받고 만다. 내일까지 캐리어가 도착하지 않으면 여분의 렌즈가 없다. 방글라데시...  인도를 또 경유해서 온다는데... 제대로 오겠지...?




 덧, 치앙마이 이야기를 '퇴사에 대하여' 매거진에 올리는 이유는, 이 여행이 내겐 퇴사의 연장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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