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금도...
오후 12시. 가장 더운 시간. 타패 게이트를 바라보면서 커피를 마신다. 이게 무슨 꿈같은 일이야. 오늘 아침 캐리어가 도착했고 여유가 생겼다. 예쁜 옷을 입고 예쁘게 화장을 했다. 관광객처럼 들떠 셀카를 몇 장 찍고 거리를 걸었다. (관광객 맞음)
총 5번의 메일과, 유심칩 충전까지 하며 해댄 8번의 전화 끝에 드디어 캐리어가 호스텔에 도착했다. 인천-방콕-다카-방콕-치앙마이에 이르는 대장정이었지... 타이항공은 Compenstation으로 THB 3,000을 제시했다. 우리나라 돈으로 대략 11만원. 3일 간 마음고생한 걸 생각하면 소박한 액수지만, 그 돈이면 팟타이가 몇 그릇인지를 계산하며 무조건 오케이 답장을 보냈다. 타패 게이트까지 걸으며 중간에 타이항공 치앙마이 오피스에 들러 몇몇 서류에 사인을 하고 바로 현금을 받았다. 기분이 말도 안 되게 좋아졌다.
캐리어가 오지 않았을 때는, 내 노트와 모든 짐이 거기 있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생각했다. (노트북은 수중에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불안감을 안고는 무엇도 할 수 없다 되뇌었다. 캐리어가 오기만 하면 본격적으로 글을 쓰고 여행기를 만들어야지 결심에 또 결심.
캐리어가 아주 온전한 상태로 왔고, 보상금까지 받았으나. 모든 옷, 약, 책, 노트가 도착했으나.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역시나 다르지 않다. 치앙마이에 있는 6주 간 책을 끝내버리겠다고 작정하고 왔다. 이것저것 계획을 엄청 세웠다. 이런 나를 두고 혜인이는 걱정인형이라 했다. 너 같은 계획충은 시간을 되돌리는 시계가 있어야 된다며, 헤르미온느냐고 비웃어대는 친구가 여럿이었다.
우습게도, 해리포터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문장은 이거다.
헤르미온느, 우리가 언제 계획대로 해낸 적이 있어?
암요,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