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마치 Nov 09. 2018

3일 만에 캐리어가 돌아왔다.

보상금도...


계획은 사람을 안달나게 만든다.


 오후 12시. 가장 더운 시간. 타패 게이트를 바라보면서 커피를 마신다. 이게 무슨 꿈같은 일이야. 오늘 아침 캐리어가 도착했고 여유가 생겼다. 예쁜 옷을 입고 예쁘게 화장을 했다. 관광객처럼 들떠 셀카를 몇 장 찍고 거리를 걸었다. (관광객 맞음)


 총 5번의 메일과, 유심칩 충전까지 하며 해댄 8번의 전화 끝에 드디어 캐리어가 호스텔에 도착했다. 인천-방콕-다카-방콕-치앙마이에 이르는 대장정이었지... 타이항공은 Compenstation으로 THB 3,000을 제시했다. 우리나라 돈으로 대략 11만원. 3일 간 마음고생한 걸 생각하면 소박한 액수지만, 그 돈이면 팟타이가 몇 그릇인지를 계산하며 무조건 오케이 답장을 보냈다. 타패 게이트까지 걸으며 중간에 타이항공 치앙마이 오피스에 들러 몇몇 서류에 사인을 하고 바로 현금을 받았다. 기분이 말도 안 되게 좋아졌다. 


 캐리어가 오지 않았을 때는, 내 노트와 모든 짐이 거기 있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생각했다. (노트북은 수중에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불안감을 안고는 무엇도 할 수 없다 되뇌었다. 캐리어가 오기만 하면 본격적으로 글을 쓰고 여행기를 만들어야지 결심에 또 결심.


 캐리어가 아주 온전한 상태로 왔고, 보상금까지 받았으나. 모든 옷, 약, 책, 노트가 도착했으나.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역시나 다르지 않다. 치앙마이에 있는 6주 간 책을 끝내버리겠다고 작정하고 왔다. 이것저것 계획을 엄청 세웠다. 이런 나를 두고 혜인이는 걱정인형이라 했다. 너 같은 계획충은 시간을 되돌리는 시계가 있어야 된다며, 헤르미온느냐고 비웃어대는 친구가 여럿이었다. 


우습게도, 해리포터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문장은 이거다.

헤르미온느, 우리가 언제 계획대로 해낸 적이 있어?


암요, 없죠.

매거진의 이전글 내 우산은 크고 튼튼한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