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m, Miss u

외로움을 건드리는 순간들

by 이마치


국적불문 다정한 것에 약하다. 보호받길 원하는 나약한 인간이지. 그 흔들리기 쉬움에 대하여. 의존적인 나의 성향과 외로움을 건드리는 몇몇 이들. 몇몇 순간들에 대하여.



중국인들을 제외하곤 그 누구도 함부로 건너지 못할 듯한 치앙마이의 도로. 횡단보도는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고, 길 한복판에 애처롭게 서있는 나를 봐도 아무도(정말 단 한 명도!) 멈춰주지 않는다. 씽씽 달리는 썽태우와 오토바이를 피해 손목을 잡고 길을 함께 건너주던 순간. 먼저 발을 내밀면 멈추게 되어있다며 웃던 얼굴. 봐봐, 이렇게 하면 돼. 동그랗게 솟아오른 광대뼈.


무에타이 챔피언 벨트를 차고 있는 반 나신의 사진을 여러 장 보여주던 미친 남자가 있었다. 화장실을 두 번이나 따라와서 식겁했는데 도움을 청하지 않아도 가만히 날 보며 이렇게 말했다. 화장실 가고 싶을 때 언제든 말해, 같이 가줄게. 해사하게 웃던 순간.


운전을 하면서도 뒷좌석에 앉은 내가 벨트를 했는지 두세 번 체크하던 얼굴. 여기 너무 예쁜 곳이다 했더니 사진 찍어주겠다고 내밀던 두 팔. 괜찮다고 손사래를 쳐도 안 찍으면 나중에 꼭 후회할 거라며 스무 장이고 서른 장이고 찍어주던 것. 그 날의 그 사진들은 홀로 여행온 내게 남이 찍어준 유일한 사진이 되었다.


사람은 외로울 때 얼마나 의존적이게 변하는지. 원래도 과도하게 의존적인 나는 얼마나 예민해지는지. 아주 작은 자극에도 쉽게 신경 쓰이고. 생각하고. 금세 의지하고. 고작 세 번 본 외국인을 좋아하거나 사랑한다는 게 아니라. 옆에 누구도 없을 때의 그냥, 그, 작은 흔들림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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