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구걸이 아니야

누가 그걸 몰라서 그래?

by 이마치


H를 만나는 시간 동안 나는 거지 같았다. 말 그대로 거지였다. 그의 관심, 사랑, 전화, 카톡 모든 걸 구걸했다. 이건 내 가장 최근의 연애담. 아직 앙금이 안 가셨나 봐. 생각하니까 지긋지긋하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 누군가와 동시에 서로를 사랑하게 될 확률은 얼마나 낮은가. 어쩌다 동시에 사랑하게 되었어도, 사랑의 크기가 동일할 확률은 얼마나 되는가. H와 나는 시기는 동일했으나 질량은 불균형했다. 불균형하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부터 나는 매분매초 구걸하게 되었다.


왜 너는 퇴근길에 나한테 전화를 안 해? 왜 너는 친구들에게 날 소개해 주지 않아? 왜 너는, 왜, 왜.


힘껏 싸우고 집에 돌아와 차분히 생각하면 뭐든 별거 아닌 문제였다. 한 번만 참았으면 싸우지 않았을 문제들. 근데 그 한 번을 참고 싶지 않았다. 내가 지는 것 같아서. 또, 한번 지기 시작하면 날 쉽게 볼까 봐. 이 알력 싸움에서 밀리는 순간 나는 더 나락으로 떨어질 거라고.


무지 사랑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집착이었는데, 그때는 누구보다 사랑을 했다. 없으면 안달복달했다. 엄마가 어디 갈까 무서워 엉엉 우는 어린애처럼 영원이고 붙어 있고 싶었다. 나는 진심으로 내 20대 연애의 끝이 그 애이길 바랬다. 그 전의 연애는 얘를 만나기 전의 실패작일 뿐이라고. 더욱 치열하고 간절하게 매달렸다. 매달린 결과가 또 다른 실패라는 게 슬플 뿐. 내게 이별은 늘 실패냐, 혹은 더 큰 실패냐의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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