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볼수록 어마어마했구먼
그 날, 일산 트레이더스에서 우리가 뭔가를 샀던가 먹었던가. 밤 11시가 넘어가자 엄마는 계속 전화를 했다. 전화를 일부러 안 받으니 카톡이 수십 개 쏟아졌다. 어디니, 언제 들어와, 아빠 화나셨다. 엄마의 재촉에 덩달아 초조해졌다. 아 집에 들어가면 또 한 소리 듣겠구나. 이번 주말은 또 지옥이겠구나. P에게 재촉했다. 빨리 가자 집에. 빨리 지금. 당장.
빠른 발걸음으로 주차장에 도착했다. 무슨 일인지 P의 차 밑에 액체가 흥건했다. 나는 면허도 없는 찌질이니 뭐가 문제인지 알리가 없었다. P는 운전병 출신이었다. 엔진 오일이 새는 것 같다 했던가, 기억이 잘 안 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그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딱 말해, 지금 차 못써? 나 그냥 버스 타고 가? 엄마가 자꾸 전화 오잖아.
P는 그 와중에 나를 버스정류장까지 고이 모셔다 줬다. 1000번 빨간 버스가 서울역까지 가니까 거기서 내려서 택시를 어디서 타고 어떻게 하고 어쩌고.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잠에 들 때까지 계속 전화를 해줬던 것 같은데. 생각해볼수록 정말 못된 년이었네. 너는 그 날 집으로 돌아가 무슨 생각을 했니? 늘 나는 내가 썸머라고 생각했는데, 봐봐, 내가 톰이었던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