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무지 좋아한다.
손이 크고 따뜻하고 건조한 남자. 그런 남자들을 사랑했다. 어쩌면 이상형이었다. 새로운 남자를 만날 때마다 늘 손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이렇게 글로 써놓으니 좀 변태같네.
H는 구남친 가운데서 손이 가장 컸다. 걔가 내 손을 꽉 잡으면 온전한 보호 속에 놓이는 것 같아 안심이 됐다. 누가 누굴 보호하고 보호받냐며 예민하게 말하던 내가, 그럴 때는 또 마냥 좋아서 속없이 웃었다.
함께 침대에 누워있을 때면 H의 발 옆에 내 발을 두고 크기를 재곤 했다. 수십수백 번을 재서 이미 얼만큼의 차이인지 알고 있지만 늘 처음처럼 대봤다. 내 새끼발가락과 네 엄지발가락이 닿을 때, 그 따뜻한 기분이 좋았다. 영화관에서, 카페에서, 길가에서 가만히 멈춰서서는 손바닥 끝부터 맞추어 크기를 재곤 했다. 그때마다 '너는 나보다 손발이 이만큼이나 크네'라고 말했다. 몇 번이고 말해 질릴 법도 했는데. 매번 H가 웃으며 맞장구 쳐주던 게 기쁘고 좋았다.
그 따뜻하던 게 식는 건 한순간이었다는 것이 너무 무섭지 뭐야. 그게 기억난다. 한 번은 더웠던 날 손깍지 끼고 걷다가 내가 말했었잖아. 우리 오래 못 만나게 되어도 이 손의 촉감은 기억하겠다고. 1년이 지나도 그 감각은 어제인듯 떠오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