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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치 Dec 06. 2018

입사 1주년

무려 와인을 마셨다 


입사한 지 1년째 되던 날이 기억난다. 


 나는 인턴으로 입사해 정직원 전환이 된 케이스라 셈하기가 애매했다. 가장 친한 동기 다섯은 모두 인턴 동기였기에 인턴 입사일 기준 1주년을 기념했다. 총 6명이서 퇴근하고 이태원에서 만나 (무려) 와인을 마셨다. 우리 1년간 너무 잘 버텨냈노라며 잔을 부딪혔다. 1년 차들에게는 조금 비싼 와인이었던 것 같은데.


 대화의 주요 주제는 아무래도 회사 욕이었다. 선배가 연차를 못 쓰게 했다는 둥, 어떤 손님이 진상이라는 둥. 회사의 시스템이 어떻고 저떻고. 1년 차가 무얼 알겠느냐 싶겠지만 우리 회사는 그런 곳이었다. 1년만 다녀도 회사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는 회사. 신입과 입사 5년 차의 업무 숙련도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회사. 서로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니 나보다는 나을 거라던 바람은 그 날의 대화로 산산조각 났다. 아, 다 똑같이 구리구나. 우리 이제 어쩌지?



또 다른 1년


 그 날의 우리는 기나긴 대화의 끝에 결론을 냈다. 이 회사는 평생직장이 될 수 없다고. 그러나 우습게도 이듬해 퇴사할 곳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나이가 두세 살 많은 동기들은 결혼을 얘기하고 있었다. 내후년에는 결혼해야지. 이 회사가 싫지만 그저 1년을 버텨낸 대로 또 다른 1년, 그 후의 또 다른 1년을 버티면 나아질 줄 알았다. 안일한 생각으로 버티기엔 사회가 호락호락하지 않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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