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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치 Nov 26. 2018

If I die tomorrow

너는 무엇을 할래?


 태국에는 사람 수만큼의 불상이 있다던데, 그런 나라에서도 치앙마이는 buddism의 중심지로 불린다. 거리마다 수많은 사원이 있다. 모든 건물마다 작은 불상이 설치되어 있고, 아침이면 온갖 과자와 음료수가 앞에 놓인다. 한 번은 그랩을 타고 가다 사원 옆을 지나니 드라이버가 속도를 줄이고 두 손을 모아 합장한 후 다시 출발한 적도 있다. Peem은 태국인이 다 독실한 신자는 아니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누구나 부처에 대한 존경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런 얘기를 듣고 볼 때마다 태국 사람들은 정제된 마음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역시 태국인인 Moss에게 불교신자냐고 물었다. 태국에서 태어나 한국, 중국, 미국에서 모두 살았던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물론 부처는 내 삶의 일부지만 몰입해있지는 않아.(I'm not into it) 내 주변에는 불교, 기독교, 그 밖의 다양한 종교를 가진 친구들이 있어. 100%의 불교신자가 아니기 때문에 모두를 존중하고 종교마다 좋은 것들을 찾아 새겨들으려고 노력해. 내 방식대로 받아들이려고 해. 종교의 모든 걸 현실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아.

 

 그러면서 책을 한 권 추천했다. 미치 앨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작년에 그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날부터 매일 생각한다고 했다. If I die tomorrow. 만약 내가 내일 죽는다면. 그 책을 읽기 전에는 한 번도 죽음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고. 불교에서는 윤회를 믿으니 죽음은 끝이 아니지만, 자기는 죽음이 또 다른 시작이 아니라 끝인 것만 같아 두렵다고. 그녀는 내일 어쩌면 죽을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내고 있었다. 


 What will you do if you die tomorrow? 무교인 너에겐 죽음이 더 명쾌하지 않냐 물었다. 내게 죽음은 완전한 종결이고 어둠이니까. 끝이 오면 넌 무엇을 할 거냐고. 나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민망했다. 그리고 태어나 처음으로 생각했다. 내일 죽는다면, 난 뭘 할까? 


 친구들을 만나 좋아하는 야채곱창을 먹고 한강에 가야지. 혼자 조금 떨어져 걸으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야지.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 아빠를 한번 꼭 껴안고, 따뜻한 엄마의 손을 잡고 동생에게 늘 하던 농담을 건네며 집밥을 먹고 싶다. 그리고 혼자 방에 들어가 일기를 쓰고 좋아하는 영화를 틀어둔 채 잠들어서 평온하게 죽고 싶어. 

 


 Moss가 말했다. 한국에서 온 너와 태국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새롭다. 이런 얘기를 하는 오늘도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르니 열심히 좋은 대화를 나누자. 열심히 걷자. 사랑을 아끼지 말고 속내를 감추지 말고 오늘을 보내자. Jin, love you. 


 나도 너를 사랑해. 내 것이라 믿는 모든 사람들과 사물들을 사랑해. 이 아름다운 도시와, 다시 돌아갈 한국도 어쩌면 사랑해.  내일 죽을지도 모르니 오늘을 멋지게 살아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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