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무엇을 할래?
태국에는 사람 수만큼의 불상이 있다던데, 그런 나라에서도 치앙마이는 buddism의 중심지로 불린다. 거리마다 수많은 사원이 있다. 모든 건물마다 작은 불상이 설치되어 있고, 아침이면 온갖 과자와 음료수가 앞에 놓인다. 한 번은 그랩을 타고 가다 사원 옆을 지나니 드라이버가 속도를 줄이고 두 손을 모아 합장한 후 다시 출발한 적도 있다. Peem은 태국인이 다 독실한 신자는 아니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누구나 부처에 대한 존경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런 얘기를 듣고 볼 때마다 태국 사람들은 정제된 마음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역시 태국인인 Moss에게 불교신자냐고 물었다. 태국에서 태어나 한국, 중국, 미국에서 모두 살았던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물론 부처는 내 삶의 일부지만 몰입해있지는 않아.(I'm not into it) 내 주변에는 불교, 기독교, 그 밖의 다양한 종교를 가진 친구들이 있어. 100%의 불교신자가 아니기 때문에 모두를 존중하고 종교마다 좋은 것들을 찾아 새겨들으려고 노력해. 내 방식대로 받아들이려고 해. 종교의 모든 걸 현실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아.
그러면서 책을 한 권 추천했다. 미치 앨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작년에 그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날부터 매일 생각한다고 했다. If I die tomorrow. 만약 내가 내일 죽는다면. 그 책을 읽기 전에는 한 번도 죽음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고. 불교에서는 윤회를 믿으니 죽음은 끝이 아니지만, 자기는 죽음이 또 다른 시작이 아니라 끝인 것만 같아 두렵다고. 그녀는 내일 어쩌면 죽을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내고 있었다.
What will you do if you die tomorrow? 무교인 너에겐 죽음이 더 명쾌하지 않냐 물었다. 내게 죽음은 완전한 종결이고 어둠이니까. 끝이 오면 넌 무엇을 할 거냐고. 나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민망했다. 그리고 태어나 처음으로 생각했다. 내일 죽는다면, 난 뭘 할까?
친구들을 만나 좋아하는 야채곱창을 먹고 한강에 가야지. 혼자 조금 떨어져 걸으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야지.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 아빠를 한번 꼭 껴안고, 따뜻한 엄마의 손을 잡고 동생에게 늘 하던 농담을 건네며 집밥을 먹고 싶다. 그리고 혼자 방에 들어가 일기를 쓰고 좋아하는 영화를 틀어둔 채 잠들어서 평온하게 죽고 싶어.
Moss가 말했다. 한국에서 온 너와 태국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새롭다. 이런 얘기를 하는 오늘도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르니 열심히 좋은 대화를 나누자. 열심히 걷자. 사랑을 아끼지 말고 속내를 감추지 말고 오늘을 보내자. Jin, love you.
나도 너를 사랑해. 내 것이라 믿는 모든 사람들과 사물들을 사랑해. 이 아름다운 도시와, 다시 돌아갈 한국도 어쩌면 사랑해. 내일 죽을지도 모르니 오늘을 멋지게 살아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