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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치 Nov 20. 2018

나를 정의하고 싶었다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


명상, 평화, 이너 피스...


 지난 일요일 왓람퐁 사원에 다녀왔다. 여기가 입구가 맞나 주춤주춤거리는 내게 한 백인 여성이 다가왔다. You can find the information office there. 그녀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니 외국인 전용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었다. 조금 돌아다녀보니 사원 내에는 잿빛 옷을 입고 맨발로 걸어 다니는 금발머리 백인이 가득했다. 명상수련으로 유명한 사원이란다. 




 넷플릭스 덕후인 나는 이곳 치앙마이에서도 하루에 다섯 편씩 넷플릭스 작품을 본다. 마블빠인 나도 가끔 현타가 올 때가 있는데, 엊저녁 본 아이언 피스트의 수련 장면 같은 거다. 닥터 스트레인지, 아이언 피스트 같은 마블 작품뿐만 아니라 다수의 할리우드 영상물 속에서 동양의 이미지는 아주 편협적이다. 인도, 태국과 동아시아 불교의 차이를 알고 만드는 건지 모르겠으나, 무분별한 차용에 가끔은 기가 막힌다. 동양은 전부 가부좌 틀고 앉아 기를 모으고 막 갑자기 소림사 무술하고 그런 것처럼 보일까, 아님 돈이 되니까 그렇게 만드는 걸까. 여기 왓람퐁에 있는 서양인들도 다 그런 동양 뽕을 맞은 건가 잠시간 고뇌했으나 리얼 아시안인 나도 안 하는 명상을 이 사람들은 여기까지 와서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관뒀다. 아주 진지한 분위기였다. 모두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였고 새소리 외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늘을 찾아 누웠다. 한국과 달리 미세먼지 하나 없는 하늘은 새파랗기만 했다. 떠다니는 구름을 보다 생각에 잠겼다. 명상 사원이라는데 한번 해볼까. 나는 어떤 사람인가. 지적 욕구가 강하지만 게으르다. 스스로에게 엄격하지만 감정적이다. 예쁘고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지만 실용적이다. 


 여기 있는 한 달 동안 나를 정의하고 싶었다. 반쯤 일정이 지난 지금 생각한다. 어쩌면 그건 평생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왓람퐁에서 얼마나 명상을 하든 내가 머무는 곳이 무려 치앙마이에서든, 시간이 얼마나 무한으로 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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