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번의 소개팅 끝에

뜻하지 않게 현타가 왔다

by 이마치


가장 최근의 이별 후(무려 1년 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수십 번의 소개팅을 했다. 자의가 섞인 이유는 20살 이후 이렇게 장기간 연애하지 않은 게 처음이라 초조해서. 늘 있던 남자친구가 없으니 허전했다. 한켠에 늘 친구나 가족으로는 채울 수 없는 외로움이 있었다. 타의는 대부분 비슷한 소리였다. 지금 한창 연애할 때야. 지금 그렇게 혼자 다니는 거 익숙해지면 나중엔 남자 못 만난다 진짜. 이러한 까닭으로 친구의 친구부터,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친구까지, 온갖 인맥을 통원해 소개팅을 했다.


두어 번 하고부터 나만의 소개팅 규칙을 만들었다.

1. 일요일 오후 4시에 만날 것. 마음에 들면 저녁 먹는 거고 아니면 월요일 출근을 핑계로 도망쳐야 되니까.

2. 3번은 만나보라는 말은 다 헛소리다. 첫눈에 별로면 별로인 이유가 있다.

3. 거절을 하거나 당할 때는 최대한 예의 바르게 행동하자. 나는 그 사람 다시 안 보면 그만이지만 주선자는 그렇지 않다.


나의 소개팅은 단 한 건도 성공하지 못했다. 돌아보면, 누군가의 소개를 통해 연애를 시작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는 자연스럽게 술자리에서, 지인 모임에서 만나도 절대 연애로 연결되지 않았다. 구남친들은 늘 학교 선배거나, 회사 선배거나, 동기이거나 했다.


자기 성찰을 해봤다. 이유는 둘 중 하나겠지. 나 자체가 남자들에게 첫눈에 어필되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 나 또한 사람을 오래 만나야 호감을 느낀다는 것. 예컨대, 나는 약간 날티나면서 똑똑한데 예의 바른 남자를 좋아하거든. 이건 일요일 4시에 한번 만난다고 알 수 있는 게 아닌 거지 뭐.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에 이런 문장이 있다. '침대에서 독서와 섹스를 함께할 수 있는 남자를 찾습니다.' 작가님, 이런 남자를 소개팅으로 찾을 수가 있나요? 그래서 제 다음 연애는 언제쯤이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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