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물을 기억하는 사람

나도 기억 못 하는데 말이야

by 이마치


헤어진 사람과의 재결합.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친구들은 잘도 헤어지고 만나고 헤어지고 하던데. 모진 성격 탓인지 모르겠지만 늘 이별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이별 후 그냥 만난 것도 단 한번뿐이다. CC여서 학교에서, 회사에서 마주치는 것 말고 진짜 각 잡고 만나는 거. 딱 한번이었다. 스무 살 때 만난 남자랑 스물일곱에 만난 거. 주말 저녁에 만나 일본 가정식을 한 끼 먹고 바로 헤어졌다.


한 때는 가장 큰 열정을 공유하던 사이가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고, 또 7년 전 일은 둘 다 기억에서 아예 삭제한 것처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각자의 이별 후 또 다른 여럿을 만나면서 우리 둘의 추억은 미화되고 사라지고 했다는 것이. 너무나 이상한 일이었다.


그날 저녁식사는 참 평범했고, 무던했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서로의 연애사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그냥 요즘 건강이 어떻고 일이 어떻다는 중심은 없고 곁을 뱅뱅 맴도는 대화들. 자극적일 것 없는 가벼운 시간이었다.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이거다. 나도 기억 못 하는 내 스물을 그 사람이 기억하던 거. 그 얘기하더라고, 너 해오름제 때 노래 불렀었잖아. 나 진짜 진짜 까맣게 잊고 있었거든. 그니까 따로따로는 기억이 나. 그 노래 언젠가 불렀던 거랑 우리가 사귀었던 거. 근데 내가 그 무대 연습할 때 우리 사귀고 있었구나. 끝나고 막 놀리기도 했던 것 같은데. 네가 그 얘기를 하니까 이제야 기억이 나더라고. 내가 스무살때 얼마나 순진했고, 유치했던지. 그 막 긴장하면서 너한테 손끝이 차가워졌다고 했던게 기억이 났어.


그 주제가 나오자마자 오랜 친구와 옛날 얘기를 하는 기분이 들더라. 뭔가 내 추억과 만나는 기분인거 있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수십 번의 소개팅 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