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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당신을 단골로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초년생 월급으로 살아남기 11

금융거래를 하다보면 주거래은행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반대로 주거래은행이라고 철썩같이 믿었는데 막상 대출 받으려니 잘 해주지도 않아 ‘주거래은행 필요 없다’라는 말도 들어봤을 겁니다. 오히려 타은행 대출이자가 저렴한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는 거 죠. 섭섭함을 토로하지만 은행은 매몰찹니다. 동네 분식집도 10년 단골이면 튀김 하나라도 서비스로 내주는데 은행은 얄짤 없습니다. 뻔질나게 들락날락거려도 은행은 당신을 ‘단골’로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단 거죠.

나와 은행 사이의 괴리는 주거래은행에 대한 오해로부터 비롯됩니다. 주거래은행은 많은 금융상품을 한 은행에 몰아넣어 많은 자산을 넣어둔 상태의 은행을 말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주거래은행의 개념을 소 액만 넣어두거나 또는 금융상품 1, 2개만 가입하고 자주 방문하는 은행으로 오해하고 있습니다. 소액만 넣어두고 자주 오가고, 금융상품 몇 개 가입했다는 이유로 주거래은행으로 생각하고 있다가 나중에 대출을 거절당하거나 높은 이율을 제시받고서 주거래은행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주거래은행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이 판단’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오랫동안 이용했다고 해서 주거래은행이라 볼 수 없습니다. 은행에 많은 자산을 넣어두거나 많은 금융상품을 가입해두는 것이 은행의 판단 기준입니다. 내 입장에서 주거래은행이라고 은행도 나를 주거래고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죠.


한 여성분과의 상담내용을 공유하자면 ○○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10년 동안 거래하고 있는데 대출신청을 하러갔다가 특별히 큰 혜택을 받지 못해 실망하셨다는데 이미 답이 나와 있더군요. 그분의 ○○은행 고객등급이 가장 낮은 4등급이었습니다. 10년 거래한 고객이 4등급이라는 건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합니다. 단순하게 자주 왕래한 은행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거죠.

○○은행에서는 모든 거래실적을 △△클럽제도 내의 포인트로 누적하여, 포인트 누적비율로 우량고객을 산정하고 있습니다. 모든 금융상 품에 항목별로 점수를 부여해서 매달 10일에 업데이트하지요. 이를 통해 고객을 등급별로 구분합니다. 상담자는 주변 지인들에게 ○○은행이 주거래고객에게 대출을 잘 안 해준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했는데, 은행이 우량고객에게 대출을 안 해줄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대출이자로 수익이 나고 은행들은 이런 수익으로 먹고 사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죠. 주거래고객이 되려면 주거래은행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을 몰아서 가입해야 하는데, 적금 정도 가입해두고 펀드는 다른 증권사에서 신용카드는 타은행에서 만드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이건 ‘분산거래’지 주거래은행을 두었다고 볼 수가 없습니다. 또 급여를 이체 받는 은행이라고 주거래은행이 되지도 않습니다. 굳이 ○○은행이 아니더라도 모든 금융상품을 예적금, 급여이체, 신용카드, 체크카드이용, 펀드, 보험 등 한 은행에 몰아서 거래하면 어디라도, ‘우량고객’을 위해 대출이율도 깎아주고 한도도 좀 더 높여줄 것입니다.


은행은 바보가 아닙니다. 거래실적도 없이 단순히 산용카드, 급여이체같은 상품 한 두개만 거래한다고 쉽게 주거래고객으로 인정하지 않습 니다. 단순하게 내가 10~20년 넘게 자주 방문하는 은행이라고 그곳을 주거래은행이라 혼자서 판단하고, 대출을 안 해줬다며 불평해봐야 소용 없는 것이죠. 2015년부터 순차적으로 계좌이동제가 시행됨에 따라 적은 혜택으로도 수수료 면제혜택을 주고 소액의 대출까지 가능한 상품이 출시되고 있습니다만, 특정 상품에 따른 일종의 부가서비스 기능이라 많은 금액을 대출해주지는 못합니다. 어차피 모든 대출은 신용등급, 직장, 상환능력, 거래실적을 보고 판단하게 되어 있고 특히 자사은행과의 거래실적이 많으면 그만큼 이자를 좀 더 낮춰준다던지 혜택을 주게 되어 있습니다.


은행에서 주거래고객으로 대접받는 경우는 금융상품과 자금을 한 은행으로 몰아넣어 은행에 많은 돈을 예치하는 방법도 있지만 은행에 많은 빚이 있는 경우, 즉 많은 금액을 대출받는 경우도 주거래고객 대우를 해줍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대출금액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은행에 납부하는 이자가 높아지기 때문이죠. 은행이 주 수입원인 고액이자를 꾸준히 납부하는 고객을 홀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은행은 철저하게 금전적으로 이득이 되는 고객인지 아닌지 여부로 주거래고객 또는 우량고객 여부를 판단합니다.


주거래은행의 가장 큰 장점은 대출입니다. 결혼이나 주택자금, 의료비 등 급하게 큰돈이 필요할 때 이자혜택을 주기 때문이죠. 또 금융상품 이용이나 대출 등 거래실적이 반복될수록 한도를 늘려주거나 이율을 낮춰주는 혜택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주거래은행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주거래은행은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단 점에서 재테크를 하려는 모든 사람이 반드시 고민해야 할 지점입니다. 보험은 당장 내일이라도 가입할 수 있지만 주거래은행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기 어렵기 때문이죠.


또 다른 이유는 개인신용등급 상향조건에 기본적으로 주거래은행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국민들의 신용등급은 가장 낮은 등급부터 시작합니다. 개인마다 금융거래 히스토리를 보고 서서히 신용등급이 올라가는 것인데 한 은행을 통해 거래를 몰아서 하면 신용등급 상승률이 분산거래에 비해 속도가 빠릅니다. 어차피 신용등급이 높아야 주거래은행이던 어느 은행이든 대출받을 때 수월합니다. 신용등급이 높아진 상태에서 대출신청을 하였을 경우 기존 거래실적이 누적된 주거래은행에서 좀 더 높은 한도와 좀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주거래은행. 마냥 ‘나를 단골로 받아주세요’하면서 각종 금융상품을 가입하며 쩔쩔맬 수밖에 없을까요? 앞서 주거래은행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이 판단하는 것이라 말한 바 있

습니다. 은행이 나를 ‘판단’한다면 나 또한 은행을 똑똑하게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게 바로 재테크의 묘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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