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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Jun 12. 2017

롹스피릿을 가진 그 남자의 책

삶으로 예술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그의 글빨

이야기를 집중해서 따라가야 하는 소설은 읽기 싫고

너무 소소하고 가벼워서 날아가버릴 것만 같은 

자전적 에세이는 말고,

가볍게 말을 걸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런 책을 읽고 싶을 때였습니다.


네이버 책 검색창에다 이런저런 검색어를 넣어보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책 <삶으로 예술하기>

책 제목만으로도 호감이 가는데 저자가 사회학을 공부한 록밴드의 멤버라니!

이 책은 읽어봐야겠다 싶더군요.

(지적인데 롹스피릿까지! 살짝 검색해보니 얼굴도 훈훈했다는요^^)



<목차>

- 현대사회

- 인간의 삶

- 질문과 신호

- 자유와 자기 이야기

- 모순과 세신감.


목차의 구성을 보고 조금 고민이 되더군요. 

일단 맨 뒤의 챕터로 쑥 넘어갔습니다.  

마지막 페이지 몇 장을 읽어보면

이 책을 다 읽을 것인가에 대한 결정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더군요.


"참 세계의 모습은 때도 묻어 있고 

선과 악도 섞여 있으며 어딘가 정리되지 않은 엉망진창의 세계입니다....

편을 가르고 선과 악을 가르고, 이것은 이것이라고 단호하게 정의할 수 있는

세계는 명쾌하지만 그만큼 유치합니다."

- 장현정, <삶으로 예술하기> 중에서-


대중을 대상으로 한 철학 강의를 책으로 담으니 철학의 무게를 

구어체로 가볍게 풀어냈습니다.

문장에 담긴 그의 생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읽어볼 만하겠는걸'

누워서 뒹굴거리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모양새로 자세를 잡아봅니다.



"자유와 자기 이야기"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해서 행동하고 있다는 

지각된 자유의 느낌은 삶에 충만한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긍정적인 정체성을 갖도록" 한다고 합니다.

"이런 긍정적인 정체성을 가진 이들은 

대체로 상대평가보다는 절대 평가하는 사람들"이라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부정적인 정체성을 갖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사회 곳곳에서 우리를 자극하는 판타지"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판타지, 즉 남의 이야기에 휩쓸린다는 특징이 있지요.

우리는 타인의 사정과 생활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면서도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부러워할 때가 있습니다.




동경을 가지고 타인에게 눈이 향해 있는 이들에게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무엇을 진짜로 원하는지도 잘 모른다는 것이죠.



"자유는 다른 사람과는 비교를 거부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자기다운 삶을 살겠다는 의지와 깊숙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유로운 사람은 요컨대 자기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은 사람입니다."

- 정현정의 <삶으로 예술하기> 중에서- 


한창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던 터라,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저자의 말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인터뷰 작가로 일을 하다 보면, 남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다 어느 날 내 마음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질 때

비로소 깨닫습니다. 내가 나의 이야기에는 그동안 무관심했구나. 

잠시 일기장을 펼쳐놓고 내 마음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갖습니다.






철학이나 사회학의 어려운 단어보다는 익숙하고 편한 일상 언어로 풀어내는 

저자의 재주는 몇 권의 수필, 시집을 낸 이력 덕분인 듯합니다.


현대 사회를 살면서 우리의 마음이 왜 이렇게 자주 불편하고 어려운지

친절하고 섬세한 선배처럼 들려주는 저자의 이야기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책 한 권이 끝이납니다.


쉽게 읽히기도 하지만 93페이지라는 얇은 책의 두께 덕분이기도 하죠.

(그래서 단숨에 책 한 권을 읽었다는 만족감을 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


한병철 씨의 <피로사회>와 같은 좋은 책인 줄 알지만

어렵고 난해한 철학책에 알레르기가 생긴 분이라면

해독제로 작용할 수 있는 책이 될 듯하네요.


부산에 터를 두고 있는 저자 장현정 씨의 목소리로 직접

우리 사회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면 어떤 울림이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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