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의미학

노동만 있고 창작이 없는 삶에게
그녀가 묻다

난생처음 철학공부#2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

by 이음음

유대인이란 이유로 15년 동안

국적도 없이 세상을 떠돌던 한나 아렌트에게

20세기는 혼란과 파괴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인생에도 핑크빛 시절은 있었다. 열여덟 살에

철학 스승이었던 하이데거와의 진한 사랑이 있었고,

후설이라는 훌륭한 철학 스승을 만나기도 했다.


1.2차 세계대전, 전체주의, 집단학살, 그리고 폭력.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이전의 가치와 산업과 문화가 깨어지고

부서져 버린 시대의 원인으로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에 집중해 파고들었다.


전체주의란

"나보다 우리가, 우리보다 사회 전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1920년대 이탈리아의 파시스트들이 처음 썼던 용어인데

지금도 회사나 공동체 안에서 유령처럼 떠도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개인들의 이기심을 넘어 국민의 통합을 이룬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만

전체주의의 허점은 여기에 있다.



"전체주의가 뿌리내린 곳에서

개인의 생명과 자유는 하찮아진다.

사회가 쫓는 이상만이 중요해지며

자신의 행복을 외치는 이들은 경멸당할 뿐이다.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하도록 강요받으며

개성과 창의성은 죄악처럼 여겨진다."


한나 아렌트가 1951년에 쓴 <전체주의의 기원>은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에

소련 사회를 분석한 책으로 그녀는 학계의 스타로 떠오른다.

(문화예술만이 아니라 철학 또한 그 시대의 필요와 만났을 때

그 철학이 대중화되고 확장되는 모습을 본다.)


그리고 7년 후,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이란 책을 쓴다.

인간의 존엄성 말살했던 전체주의를 논했던 그녀는

"인간답게 사는 삶"에 대해 들려주었다.





> 그래서 노동만으로 채워진 삶이 힘들었구나

가정주부를 비롯해 직장인들도

자신의 삶이 노동만으로 채워진다면

곧 지치고 소진되어 버린다.


그 이유가 단순히 계속되는 노동으로

육체가 소진된다고만 생각했다.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행위'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니

노동만을 하는 삶이 왜 인간됨을 잃어버리게 하는지

힌트가 되었다.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활동적인 삶'을 세 가지로 나눠서 설명한다.

노동, 창작, 행위


노동 :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활동

창작 : 더 나은 생활, 품격 있는 인간의 삶을 위한 다양한 창조적인 활동

행위 : 다른 사람에게 말과 몸짓으로 영향을 끼치고 설득하려는 활동



자본주의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타자와의 소통은 경시되고

생명 유지와 소비를 위한 노동만이 중시되었다.

아렌트는 노동만을 중심적인 가치로 삼는 것을 비판했다.


인간에게는 개별성과 개성을 발견하고 표현할 수 있는

창조와 행위라는 활동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한 사람의 개성이 발견되고, 소통하며

인간은 자신의 살아있음을 경험하고 삶을 소중히 여기게 된다.

한 사람은 어떠한 목적을 위해

사용될 수 있는 수단의 대상이 아니다.


인종, 성별, 민족, 언어, 국적을 초월해 인간은

모두 존중받아야 하는 '같은'존재이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은

개성을 가진, 서로 다른 개별적인 존재이다.


개인의 차이성, 즉

"다름이야 말로 인간을 더없이 소중한 존재로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다름은 '창작'과 '행위'를 통해 발견되고 드러난다.


기에 웹 공간을 예견한 '공공 의자'



> 자신의 개성을 발견하는 공간 '공공의 탁자'

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행위"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활동이다.

그녀는 이것을 '공공의 탁자(자유 탁자)'를 통해 설명했다.


그리스 도시국가에서 작업에서 해방된 이들은

광장(아고라)에 모여 중요한 일을 두고 토론을 벌였다.

한나 아렌트는 그리스 시대의 이런 모습을 공공의 탁자 모델을 가져왔다.

(온라인 다음 카페에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으로 유명했던 '아고라'가 떠오른다.)


공공의 탁자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두 가지다.

다양한 생활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며,

이 탁자에서는 특정한 권위나 절대적 진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의견 교환이 이뤄진다.


한나 아렌트는 이 공공의 탁자를

인간이 자신을 무엇(what)이 아닌

어떤 인간(who)인가를 표현하는 장소라고 말한다.


공공의 탁자라는

다 함께 보편적인 것을 찾아내는 자유로운 게임과 같다.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그 속에서

인간은 자신의 개성, 즉 자유의 본질을 발견하게 된다.





> 개인의 자유가 탐욕과 만났을 때 빠지는 늪, 성공 게임

한편, 아렌트는 공공의 탁자가

자본주의의 탐욕이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는

작동될 수 없다며 비판했다.

한나 아렌트만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가 자본주의의 탐욕적인 정신과 만났을 때의

위험성에 대해서 헤겔이나 루소와 같은 철학자들 또한 비판하기도 했다.


"근대 사회는 행복을 추구하는 개인의 자유를

해방하지만, 그것은 곧 끝없는 욕망 추구 게임,

즉 성공 게임으로 변한다.

이는 근대 사회의 본질적인 약점이며

결국 지배와 예속을 만들어 낸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개인의 자유가

자본주의와 만나 무한 경쟁을 일으키며

약육강식의 모습을 가진 성공 게임의 장으로

이어졌다는 헤겔의 분석은 슬픈 현실을

보여준다.


루소 또한 성공 게임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사람은 행복해질 자유가 있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추구하지 않은 채,

단순한 행복 추구만을 한다면 반드시 성공 게임으로 변질된다."




꽤 멋진 언니, 한나 아렌트에 대한

애정이 깊다 보니

글이 많이 길어져버렸다.


한나 아렌트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악의 평범성'에 대해서는

다음 편으로.







*위의 글에는 책에서 발췌한 문장들을 담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철학 공부>, 컬처그라퍼, 다케다 세이지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 이학사, 장 폴 사르트르

<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 어크로스, 안광복

<우리가 매혹된 사상들>, 사계절, 안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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