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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난생처음 철학공부#3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by 이음음

한나 아렌트 1편에서 언급했던

(https://brunch.co.kr/@leeeum/182)

'악의 평범성'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아렌트 철학의 매력적인 한 부분을

짚고 넘어가려 한다.



인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다름'


유대인 학살을 경험하면서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 대해 고민했다.

돈이 사람들의 행동의 목적과 최우선 순위가 되어버린 자본주의에서

인간은 역할이나 쓸모 있음으로 판단받고 취급된다.

그렇다면 인간을 인간답게 여기는 문화와 태도는

어떠한 생각 위에서 만들어질 수 있을까?


한나 아렌트는 당신과 나의 같음과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한다.

인종, 성별, 민족, 언어, 국적을 초월해 인간은

모두 존중받아야 하는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은 개성을 가진,

서로 다른 개별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당신과 나는 다르기에 헤어질 수도 있고,

사랑할 수도 있다.

한나 아렌트는 서로의 다름을

사랑할 수 있는 근거로 안내한다.


개인의 차이성, 즉

"다름이야 말로 인간을 더없이 소중한 존재로 만든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내가 당신과 다르기에 나는 소중하며,

당신이 나와 다르기에 당신은 소중하다.


한나 아렌트와 그녀의 철학을

꼭 기억하고 싶은 이유는

이러한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때문이다.

그리고 개인에 대한 그녀의 철학은

악의 평범성이라는 이야기로 더욱 넓어진다.



악의 평범성, 세계 그리고 개인의 전쟁

제주 전 남편 살인 사건에 대해 쉴세 없이 올라오던

기사를 보며 한나 아렌트의 말이 떠올랐다.

평범해 보였던 아내이자 엄마였던 그녀는

어쩌다 이토록 잔혹한 살인범이 되었을까?


2차 세계대전에서의 유대인 학살을 보며

인간의 잔혹함을 경험했던 한나 아렌트.

수십 년이 지난 후 그녀는 뉴요커 특파원으로

나치 전범에 대한 재판을 지켜보게 되었다.


그리고 재판에서 보고 느낀 것을 담은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출간한다.

자기 행동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생각하지 않을 때

인간은 전체주의라는 악마의 유혹에 떨어진다는 점을 경고했다.

즉, '생각 없음'이 범죄의 원인이 된다는 점을

'악의 평범성'이라는 표현으로 강조했다.


"그는 자기가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아예 아무 생각 없음, 이는 결코 어리석음과 같지 않다.

이것이 그가 시대의 가장 악랄한 범죄자 중 한 사람이 된 이유였다."


그녀가 주장한 '악의 평범성'은 인류에게 던지는 경고와도 같았다.

평범해 보이는 그 누구도 나치 아이히만처럼 '생각 없음'으로 무서운 일에

동참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인간은 단순한 성공이 아닌 어떤 '보편적인 것,

'참된 것'을 신뢰하고 그것을 표현 방식으로서 추구할 때

비로소 타인과 다투지 않는, 본질적 의미의 자유를 획득할

가능성이 있다."


자신이 정의한 의, 그리고 자신이 정의한 성공이란

목적을 향해가는 이들의 과도하게 힘찬 발걸음에 차이지 않으려면

보편적인 선, 참된 선이 무엇인지 우리는 계속 이야기해야 한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공공의 탁자 위에서.




너와 내가 어떻게 평화로울 수 있을까?


한나 아렌트처럼 1,2차 세계대전을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관계의 부딪힘을 경험하면 세계 대전보다 더 큰 전쟁을 치르는 듯

마음은 전쟁터가 되기도 한다.


남녀 관계를 떠나,

좋아하는 이들과의 만남을 표현할 때

'사귐' (fellowship)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이를 만난다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귐은 섭섭함이나 다툼을 경험하게 된다.

왜 그런 걸까?


한나 아렌트가 말했던 공공의 탁자에서

서로의 다양한 의견을 표현하며 올바른 방향을 함께

찾아가는 것도 해결의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의 한계를 느낄 때도 있다.


어떻게 사람과 사람이 시간이 흘러도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잘 만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때에 이런 문장을 발견하게 되었다.


"우리가 빛 가운데 행하면

우리가 서로 사귐이 있고"


"빛 가운데 행한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어떤 이들은 '선행'을 떠올릴 수도 있다.

사람은 보통 각자의 기준과 상황을 기준 삼아

판단하고 행동을 한다.

안타깝게도 선행조차 자신의 경험과 판단을 가지고 결정하기 쉽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간의 기준으로 시작된 선행은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졌다 하더라도

서로 부딪히고 분쟁을 만들기도 한다.


"내 의도는 그게 아닌데.

사람의 진심도 몰라주고..."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오나 보다.


이 문장이 적혀있는 성경에서는 빛을

하나님, 하나님의 사랑으로 표현한다.

빛 가운데 사귐에 대한 이야기 뒤에

이런 문장이 따라온다.


우리가 빛 가운데 행하면

우리가 서로 사귐이 있고

그 아들 예수의 피가

우리를 모든 죄에서 깨끗하게 하실 것이요

_요한일서 1장 7절


'악의 평범성'을 주장한

한나 아렌트가 이야기처럼

나 또한 평범해 보이는 그 누구도

악인이 될 수 있다.

사람에게는 악함이 있고,

그 악함으로 인해 우린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아파한다.


우리 안에 선과 악이 뒤섞여 있는 상태로는

온전한 평화, 온전한 자유는 이루어질 수 없다.

그건 유토피아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악이 씻겨지고 온전한 선을 경험할 때

인간은 잠시나마 이 땅에서 유토피아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영원한 유토피아를 꿈꾸게 된다.


당신과 나의 시간 속에서

유토피아를 경험할 수 있기를.



* 위의 글은 아래 책의 문장들이 담겨 있는 글입니다.

<처음 시작하는 철학 공부> , 다케다 세이지, 현상학 연구회, 컬처그라퍼

<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 안광복, 어크로스

<한눈에 들어오는 서양철학사>, 타케다 세이지, 중원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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