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의미학

그 남자가 결혼을 포기한 이후

난생처음 철학공부#4 키르케고르의 절망

by 이음음

돌연 그는 파혼을 선언했다.

그의 나이 27살.

갑작스러운 그의 결정에 신부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왜죠? 뭐가 문제인가요?"


그의 답은 횡설수설했고 우왕좌왕했다.

확실했던 한 가지.

여전히 그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녀가 다른 남자와 결혼한 후에도,

그의 일기장에서 그녀의 이름은 지워지지 않았다.


철학자이자, 시인, 소설가였던

키르케고르는 왜 그토록 사랑했던

레기네와의 결혼을 포기했던 걸까?



그가 왜 레기네와 헤어졌는지에 대해

여러 추측만 오갈 뿐이다.

분명한 것은, 이 사건 이후

그는 자신을 "죽음에 이르는 병,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절망에서 구원받기 위해 집요하게 붙잡은 질문과 탐구는

이후 키르케고르의 철학을 관통하는 줄기가 되었다.


치열하게 답을 찾아 헤맨

키르케고르는 그 과정을

수십 권의 철학책에 담아냈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두려움과 떨림>

<죽음에 이르는 병>

<사랑의 역사>

<그리스도교의 훈련>

<신의 불변성>....


파혼 이후 여러 사람의 비난 앞에서

키르케고르 자신 또한 깊은 죄책감과 절망으로 끝을 냈다면

하이데거나 사르트르는 실존철학을 이어갈 수 있었을까?



당장은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

이 길이 맞는지 모호한 채 계속 흔들리며

걸어가야 하는 길.


키르케고르는 고통스러운 그곳을 응시하며

질문했다.

절망으로 마음이 무너진 그곳에

자신이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실존"이 있음을 알았기에.


키르케고르는 사랑하는 레기네와의

결혼을 왜 포기했던 걸까?

왜 그 문제가 당신을 오랫동안 힘들게 하는 걸까?

당신은 왜 그 일을 계속하는 걸까?

당신은 왜 그 사람을 잊지 못하는 걸까?


명확한 문장으로도 말할 수 없는

모호하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질문들.

창조주가 인간에게 던져 놓은

답을 알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의 질문들.


"신 앞에 선 단독자"로서 스스로를 광야로 밀어 넣은

구도자 키르케고르가 걸어온 삶을 살펴보며

이런 문장을 적어둔다.


오랜 시간을 두고 답을 찾아가야 하는 질문이 있다.
질문의 답을 찾아 헤매고 넘어지는 과정 속에서
마음과 생각은 얼마나 성장하는가.


피조물의 관심은 질문의 답에 있지만,

창조주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키르케고르가 고통을 응시하며 남겨둔 흔적은

164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 여전히 남아있다.


죽음에 이르는 병, 절망은

죽음이 아니다.

생명으로 이끄는 길이 될 수 있다.




*키르케고르에 대한 책*

<키르케고르, 나로 존재하는 용기>, 고든 마리노, 김영사

<처음 시작하는 철학공부>, 다케다 세이지, 컬처그라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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