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하루는
무엇으로 채워져 있었나?

젊은 모색 2019 액체, 유리, 바다

by 이음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진행 중인

'젊은 모색 2019 액체 유리 바다(~9월 15일까지)'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평일 오후인데도 과천까지 달려온 20~30대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미술 전시가 이제는 20~30대에게 놀이동산과 같은

재미있고 지적인 놀이의 장소가 된 듯합니다.


전시 소개에 "바로 지금을 통과하고 있는 관객들에게

세대의 물결을 감지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적혀있듯이

현재에 집중한 작품이 많이 보였습니다.



아쉽게도 전시장 밖의 현재를 지루하게 만드는 것들이

전시장 안까지 들어와 있는 듯 보였어요.

광고와 컴퓨터 게임 같은 이미지들이 담긴 영상의 반복.

뭔가 있어 보이는 듯 하지만 의미를 도통 알 수 없는 반복되는 소리,

어지럽게 붙여진 오브제 그리고 멋져 보이는 말들.

화려한 인테리어에 비해 누추한 맛을 파는

프랜차이점 음식점에서 한 끼를 때운 듯

그냥 그런 느낌만 남았습니다.


"요즘 시대가 이렇구나"하며 고개를 끄덕일 순 있었지만

예술 작품이 주는 미적 즐거움이나 잔잔한 감동은 없더군요.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을 표방하는 전시에서

이런 바람을 갖는 것 자체가 요즘을 잘 모르는

'옛날 사람'의 과욕이었을까?


현재를 담은 전시이다 보니 작품 너머로

젊은 예술가들이 살아가는 '하루'의 모습이

담겨있기도 했습니다.

'젊은 작가들이 일상을 보내는 환경, 흡수하는 정보,

노출되는 이미지들이 비슷하지 않을까?'

이들의 작품을 보며 이런 질문이 떠오르더군요.

의도적으로라도 이런 환경에서 벗어나

조금은 다른 것들을 자신 안에 담아낸

젊은 예술가의 작품은 어딘가 다르지 않을까요?


요즘처럼 획일화된 환경과 습관, 정보와 이미지를 먹으며

살아가는 시대에 어디선가 본 듯한 작품이 아닌

색다른, 예상하지 못한 감동이나 놀라움을 만들어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다시 느낍니다.








위층에서는 또 다른 전시가 있었습니다.

"균열 2 영원을 향한 시선"이란

전시장 입구에 이런 글귀가 적혀있었지요.


"영원한 것은 아름답다.
......
예술가들은 복잡하게 얽힌 세상의 난맥상을 바라보며
세상의 혼란에 흔들리지 않는 영원한 가치와 절대적인 미의 본질을 추구한다.
이들의 깊은 사유와 영상, 열정과 통찰력은
그들이 만든 작품 속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영원한 가치와 절대적인 미의

본질을 추구하고 표현한다."

이 어려운 일을 해내려고 애쓰는 이들에게

우리는 기꺼이 예술가라는 멋진 호칭을 붙여주고는 합니다.


영원과 눈에 보이지 않는 이면의 세계를

깊이 생각해 보지 않는다면

세상 물결에 흠뻑 젖은 가치를 담은 것들을

작품이란 이름으로 만들어 내지 않을까요?


세상을 따라 흘러가면서 어느새 자신 안에 만들어진

숭배의 대상을 작품이란 이름으로 드러낸다면....

참 두려운 일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_과천 #젊은모색_2019_액체,유리,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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