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그거 알어?
정....
우리 엄마 돌아가셨어...
카톡 몇 글자 안에 담겨있던
친구의 놀람과 슬픔.
빈소에는 초록색 한복 저고리를 입고
검은 단발머리에 곱슬거리는 파마를 한
친구의 어머니 사진이 놓여있었습니다.
친구와 웃는 모습이 닮은 얼굴로.
"정... 그거 알어?
영정사진 우리 엄마가 39살 때 나 중학교 교복 나오고
기념으로 찍은 가족사진이야.
무슨 50살처럼 보이지 않니? 39살이었는데..."
안경 너머로 퉁퉁부은 친구의 눈이
울음을 참고 있었습니다.
"여기 떡도 먹고, 부침개도 먹어.
이거 원래 4 인상인데... 네가 다 먹어.
남기면 다 버리더라. 아깝게."
친구는 엄마 발인 때까지 아무것도
안 먹기로 했다고 합니다.
"어제 동네 엄마들이랑 모여서
족발에 치킨하고 맥주를 신나게 먹고 있는데
아빠한테 전화가 온 거야.
엄마 돌아가셨다고...."
자그마한 검은 상복을 입은
친구 둘째 딸이 친구 옆에 앉았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니 딸이랑 동갑이잖아."
친구는 수박씨를 정성스레 발라
딸아이 입에 넣어주었습니다.
"돌아가시기 전에 엄마가 몇 달 동안 거의 못 드셨어.
내가 만들어 간 음식을 안 드신다고 막 뭐라 했는데...
돌아가시니까 그런 것만 생각나네...
그래도 이렇게 너라도 와서 얘기하니까 좀 낫네."
딸아이가 젓가락을 들자 친구는
떡 접시며, 부침개 접시를 딸 앞으로 옮겨주었습니다.
"그래. 네 말대로 동생이라도 있고
남편도 있으니 좀 낫더라.
둘 다 자리에 없으면
첫째랑 둘째 불러서 내 옆에 앉아있으라고 해.
아이들이라도 옆에 있으니까 힘이 되더라고."
말하다 말고 어느새 또 허공을 보는 친구를 앞에서
나까지 울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단단히 먹었습니다.
"그래. 네 말대로 아빠 위해서 엄마가 일찍 가셨나 봐.
안 그래도 아빠도 일하면서 엄마 병간호하는 게
한계가 올만큼 힘들어하긴 했어.
근데 동생이랑 아빠는 괜찮나 봐.
난 엄마 생각하면 울음만 나오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 창문 너머로 한강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지기보다
더 선명해지는 감정이 있습니다.
일상에서 불쑥 만나는 그리움 앞에서
우두커니 서서 울고 있을 친구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볼 수 없기에
계속 이어지는 고통.
그래서 가장 두려웠던 감정, 그리움.
그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사랑하기를 포기했던 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결국, 언젠가는 경험하게 될 그 감정을
이제는 피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나란히 걸을 수 있을 때 마음을 전하지 못했고,
그 마음을 전할만큼 잘 표현하지 못했던 후회는
그리움만큼 아프다는 사실도 배웠습니다.
그리워하지만 볼 수 없다.
볼 수 있어도 그리워하지 않는다.
무엇이 진짜 죽음일까요?
볼 수 없어서 사무치게
그리워하기보다
볼 수 있어도
여전히 그리워하는 마음이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