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지탱해 주는 놀이의 힘?

그렇다면 여자를 지탱해 주는 힘은?

by 이음음

남편과 내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는

집안에 놀이가 없었다.

신혼 시절에는 침대 위에서 레슬링도 하고

누가 먼저 등을 깨무나 같은

엽기적인 놀이들이 난무했다.

하지만 까탈스럽던 아기 소윤이가

바닥에 누워 울며 엄마만 찾던 시절에는

집안에 남편과 놀아줄 사람이 없었다.


남편은 자전거로 새로운 놀이를 시작하려 했으나

혼자 하니 심심하다는 이유로 그만뒀다.

그의 삶은,

아침에 일어나 회사로,

다음날도 회사로.

그다음 날도 회사로 향하는

직장에 다니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반복되었다.


결혼 4~5년 차가 지나고

가정에도, 남편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신혼 시절처럼 남편은 퇴근해 저녁을 먹고 나면

어슬렁거리며 놀이 상대를 찾아 나섰다.


"아빠랑 레슬링 할 사람~? "

"쩌요! 쩌요!"


아장아장 걷는 걸음으로

아빠 근처를 맴돌던 소명이가

있는 힘껏 손을 들어 올리지만 돌아오는 대답이란.


"이소명~ 넌 아직 재미없어~

이소윤! 가자 아빠랑 레슬링 하러~"


이불 위에서 셋이 엉켜

한참을 뒹굴고 서로 깨물고 잡아당기고,

뛰어다니고 한바탕 난장판이 벌어져야 하루의 놀이가 끝이 났다.

(가끔 한 놈이 울면서 침대방에서 뛰어나오며 아빠의 만행을 고발하기도 했다.)


"아빠!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

아빠야~ 아빠는 정말 좋은 아빠야~! 나랑 놀아주니깐! "


소윤이의 칭찬에

멋쩍은 표정을 짓는 남편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그러고 보니,

남편에게 한바탕 수다를 떨고 난 뒤에

내 마음에도 생기가 막 돌았던 것 같다.


"여자들을 지탱해주는 힘이 수다라면,

남자를 지탱해주는 힘은 놀이인 것 같다.....

남자들은 놀이 중독자들이기 때문이다."

- 김중혁, <뭐라도 되겠지> 중에서-


놀이와 수다,

우리 집에서 영원히 머무를지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