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음 Jul 17. 2019

휴가지에서는 역시
키득거리며 읽는 책으로

바닷가 작업실에서 김정운 작가가 쓰고 그렸더니  

등짝에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에는

시원한 바람이 쏟아져 나오는 에어컨과

얼음 동동 아이스 라테에 

키득거리며 웃을 수 있는 책 한 권이 있다면

그곳이 휴가지다.


책장을 넘기면서

눈까지 즐거운 시각적인 만족을 준다면 

더할 나위 없으니,

그런 면에서 김정운 교수의 새로 나온 책은

바캉스 book으로 상위권 선점.



이름도 운명적인

여수의 '여자도' 섬에서 

김정운 작가는 제2의 인생을 만들어 간다.

또래 친구들보다 먼저 "명함과 직함이 사라진 남자"인 

그는 이런 타이틀 없이도 얼마나 재미나게 살 수 있는가를 보여줄 수 있는

작업실도 마련했다.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김정운 쓰고 그리다, 21세기 북스



이번 책에서는

문화심리학자의 문화, 심리, 철학을 아우르는 글빨에

"자칭 화가"인 예술가의 감성으로 보고,

더해진 예술 지식으로 무장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더욱 다채롭게 설명해 준다.


바우하우스의 철학의 핵심은 공감각이었다.
공감각이란 감각이 서로 교차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면 그림을 보면서 음악을 느끼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색채를 보는 것과 같은 감각의 교차적 경험이다
.....
감각적 경험의 교차 편집이 일어나고 공유할 수 있는
정서적 경험이 풍요로운 사회가 창조적 사회다
......
분노, 적개심을 야기하는 파괴적 정서가 아니라 공유하며 교차되는
공통 감각적 경험을 아주 치밀하게 고민해야 한다
.....
문화예술 정책은 그런 걸 하는 거다.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중에서



이런!

자신을 과감하게 내려놓아버린 사진만이 아니다.

양복 입고 점잖게 앉아있을 법한 결혼식장에

곱슬 머리에 반바지 차림으로 난입하는 하객처럼

용감무쌍하고 야시꾸리한 빨간 농담을

아무렇지도 않게 글 안에 버무려버린다.


'여자만'의 작업실에 놀러 온 지인들에게

자주 했을 법한 농담.

남자가 두 번째로 싫어하는 것은 소매치기다.

그렇다면 남자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음.... 당. 일. 치. 기.

(수위 높은 건, 브런치 심의위원회에 걸릴 것 같아 패스)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 개방적 담론 구조, 심리적 환원주의 등등의

더운 날씨에 뇌까지 더워질 법한 문장들 사이로

이런 아재 개그가 가로지르며 등장한다.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순서 주고받기,

계몽주의의 몰락에서 등장한 냉소주의 문제점과 해결 방법,

시선 공유를 통한 의미 공유 등 


잠시 멈춰 서서 우리가 서 있는 곳을 둘러볼 수 있는,

여름휴가 중 카페에서 만난 친구에게 적절하게 잘난 척할만한 

분량의 지식들을 무겁지 않을 만큼의 깊이로,

가볍지 않을 만큼 쉽게 담아내는 실력은

김정운 작가 책이 가진 장점이다.

(<나는 아내와 결혼한 것을 후회한다> 

이 책에서부터 그는 자신의 이런 장점을 뽐냈다.)




지난번 책에서도

독자들에게 하나의 개념을 가르쳐준 그답게, 

(에디톨로지, 편집의 힘에 대해 알려주었다.)

이번에는 슈필라움이라는

놀이와 공간이 합쳐진,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여유와 창조적인 마음으로 자신답게 존재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공간에 대해 들려준다.

  

자신다워질 수 있는 시간.

그런 시간을 즐겁게 펼쳐내며 놀 수 있는 공간.

앞만 보지 말고 여유 있게 살자. 자신만의 시간을 갖자!

하는 구호보다,  그가 주장하는 슈필 라움은 좀 더 실질적인 조언을 건넨다.


공간이 있어야 자기 이야기가 생긴다.
자기 이야기가 있어야 자존감도 생기고 봐줄 만한 매력도 생기는 거다.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중에서


그런 슈필라움의 공간을

여자섬이란 곳에서 먼저 만들어 본 자로서

김정운 작가의 외롭고, 웃기면서도

작업실 공사 현장이 파도에 다 휩쓸려 가버린 슬픈 이야기까지.


그의 주장대로 "글도 그림도 되고, 게다가 마스트까지 되는" 그의 책을

읽다 보면 농담처럼 진담을 하고

진담처럼 농담하는 그의 수다에 빠져든다.


슈필라움이라는 공간을 만들 엄두도, 

여유가 없어서 후덥지근한 삶을 사는 이들에게 

심각한 표정을 짓다 키득거리며 웃게 되는 그의 책이 

잠시 마음의 슈필라움이 되어줄 수도....

아니면 팥빙수로 대신.




매거진의 이전글 낭만주의자를 만나본 적이 있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