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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음 Nov 18. 2020

신은, 왜 그런 일을 요구했는가

이승우의  <사랑이 한 일>

그것은 분명 위험해 보이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는 그 일을 감행했다.


수백 번 넘게 쓰여지고,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이리저리 해석되었던 이야기.

하지만, 그 누구도 정확한 답을 찾지 못한 채,

추측만 했던 이야기를.


아들 이삭을 바치려 했던 아브라함의 사건을

아들의 목소리로,

이승우 작가는 과감하게 써 내려갔다.

성경 구절과 소설의 허구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



인생에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한쪽 눈을 감고, 한쪽 귀를 막은 자처럼

아멘, 아멘하고 덮어두는 것이 맞는 것일까?


인간의 이해와 지식의 폭이 작을 뿐이지,

하나님은 그렇게 작으신 분이 아닐 텐데.

하지만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 가운데는

분명히 알 수 없는 신비가 존재한다.


이삭을 바치라고 한 하나님.

그의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

아들을 제단 위에 올려놓아야 했던 아브라함.

이 사건 또한 그저 알 수 없는 신비쯤으로

접어두어야만 하는 것일까?


소설가 이승우는,

문장과 문장을 쌓아서  

이해할 수 없었던

그 사건으로 우리를 이끌고 간다.


"그것은 사랑 때문에 일어난 불가능한 일이고,
또 사랑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랑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이승우, <사랑이 한 일> 중에서


10년 팬심을 담아 정성스레 찍어 본 이승우 작가의  <사랑이 한 일>



모든 것이 가능한 신의 요구 앞에서

어찌할 수 없는, 무기력한 인간에게 시선이 가 있었다.

그래서 때로는 신의 사랑이 두려웠다.


하지만 오해였다.

사랑에 대해 무엇을 오해하고 있었는지

작가는 아브라함과 하나님의 사건을 통해 들려준다.

이전에는 헤어리지 못했던 그분의 사랑을 보여준다.


"이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과제는
시험 당하는 자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고
시험하는 자에게도 같이 주어졌다."

이승우, <사랑이 한 일>  중에서


사랑의 시험을 당하고 있던 것은,

아브라함만이 아니었다.

전지전능한 신인 하나님이 사랑으로 인해

시험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가셨던 것이었다.


아브라함은 이삭을 사랑했고,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사랑했다.

이 모든 것이 사랑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래서 사랑은 무섭다.




성경이 기록한 대로,

제단 위에는 이삭이 아닌
숫양이 대신 놓인다.

하지만, 작가적인 상상력은

좀 더 깊은 이야기로
우리를 이끌고 간다.
아브라함과 이삭,

하나님과 이삭의 관계로.


진정한 성장은,
삶의 거친 폭풍 한가운데가 아닌
모든 것이 지난 후의 적막함 속에서 일어나고는 다.
(이삭의 성장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책 읽을 분들을 위해 아껴두는 걸로 )


폭풍이 지나간 후의 고요함 속에서

드디어 아버지의 하나님과 마주한

이삭의 문장은 빛나고 아름답다.


"내 인생의 집은 그 하루 위에 지어졌다."




이승우 작가는,  소설을 짓고 살아간 지

40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쌓은 소설가로서의 명성과

작가로서 단련했던 문장력을 무기 삼아

그는 위험천만해 보이는 일을 해내고야 말았다.

성경을 끌어안고 소설로 뛰어들었다.


작가는 자신의 소설이 "위대한 원작을

조심스럽게 가리키는

수줍은 손가락이길 바랬다.


작가의 말을 읽으며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이 떠올랐다.

성경 속의 여인들에 대해

나는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그녀들의 인생에,

사랑이 한 일은 무엇이었을까?


우리 인생에

사랑이 한 일은 무엇이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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