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40대에
다시 학교로 갔을까?

by 이음음

왠지.

언젠가.

다시 공부할 것 같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학교란 곳에 다시 들어가서

공부하고 싶었다.

결혼해서 아내가 되고,

두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고,

간간히 기획하고 인터뷰하는 일을 하면서

분주히 살다가도 막연히 꿈꿨다.


내가 사용되는 시간이 아닌

내가 채워질 수 있는 시간을 찾고 싶었던

마음이었던 걸까?




그러나 그런 바람을 실현시킬 수 있는

명분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왜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싶은데?"

물으면 우물쭈물하다 '맞아 뭘 그런 걸 해'하며

마음을 접었다.


"앞만 보고 달리던 시간을 잠시라도 멈추고 싶어서."

라고 말하기에는 대학원 학비는 만만치 않았고,

차라리 그 돈으로 여행 가는 게 낫다는 생각이 따라왔다.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서"

라고 말하기에도 학비보다 적은 금액으로

수백 권의 책을 마음껏 사서 읽고,

괜찮은 강의를 들으러 다니는 게

더 낫지 않겠냐는 말에 설득당했다.


흔히 말하는 '학위'를 따기 위해서

라고 말하기에는 박사님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국내 대학원 학위를 보고 누가 고개를 끄덕이며

일을 더 맡기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인맥을 쌓기 위해 대학원을 간다는

말도 주변에서 듣긴 했지만

그런 관계를 맺을 줄 아는 성격도 못되니

이것도 패스.


그렇게 대학원에서

공부할 수 있는 '정당한 명분'을

찾지 못한 채 세월이 흘렀고,

인생에서 40이란 숫자가 넘어갔다.


마흔이 넘고 나니

공부도, 대학원도 다 남의 일처럼 멀어졌다.


그런데

공부의 시작점은

뜻밖의 시간에 찾아왔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따라오는

걱정과 조급함이 전보다 덜해지고,

열심히 하다 보면 결국 일은 끝난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법을 배워가던 때였다.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녹취한 의사 인터뷰를 듣고 또 들으며 정리하고,

여러 의학 서적을 뒤적이며

도서관으로 매일 출근했다.


1시가 되면 도서관 지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공터를 빙글빙글 돌며

하늘을 보는 게 하루의 쉼표였다.

요즘처럼 시원한 가을바람 사이로

내려오는 햇살이 좋았고,

참 좋은 날씨였다.

놀러 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애절한 심정 끝에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돈 번다고 이렇게 열심히 도서관에 와서

공부하고 글도 쓰는데...

내가 정말 소중히 여기는 일에 대해서는

이렇게 해본 적이 있었나?'


부끄러웠다.

돈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살지 않겠다는 다짐을 자주 했지만

그렇게 살고 있지 못한 내가 보였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의 시간과 열정이

돈에 의해 움직인다는 사실이

그날, 가을 햇살 아래서 선명해졌다.



그렇게 살아야 할 때가 있다는 것도 알지만,

일정 기간 동안만이라도

나에게 소중한 것들에게

시간과 열정을 쌓아보고 싶었다.


'하고 싶다'는 의지가

나에게 가장 확실한 명분이 될 줄이야.


'공부하고 싶다'는 첫걸음 다음에

중요한 질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살면서 나도 모르게 자꾸 눈이 가는 건 뭐였을까?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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