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 영국으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300명이 함께 하는 여행에서
책임자였던 남편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조금이라도 남편을 의지하고 싶었던 마음은
곧 포기해야만 했지요.
여러 사람 속에서 혼자 씩씩하게 적응하며
내 몫을 해내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나마, 일정이 끝날 무렵
둘이 산책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마주한 그의 얼굴에는
긴장과 지친 표정이 가득했습니다.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 줄 너무나 잘 알기에
입 안에서 맴도는 말을 꾸욱 참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때를 떠올리면
이런 섭섭함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래도 아내인데, 한 번을 안 챙겨줬네...'
그런 생각으로 투털거리는
마음에 하나님은 이런 생각을
넣어주셨습니다.
"그는 너의 남편이기 전에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란다."
짧은 한 마디였지만,
그 안에 담긴 아버지의 마음이
부어졌습니다.
부부이기에 남편에 대한 우선권이
아내인 나에게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그의 우선순위는 항상 나여야만 해.'
잊고 있었습니다.
부모를 떠나 한 몸이 된 부부이기 전에
남편은 결코 헤어질 수 없는
하나님 아버지의 영원한 자녀임을.
남편에 대한 우선권은
그를 만드신 아버지에게 있었습니다.
짧은 한 마디에
나보다 먼저 그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이 말씀은 동일하게
아내에게도 적용됨을 알기에,
위로가 되었습니다.
"나는 그의 아내이기 전에
하나님의 사랑하는 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남편의 손보다 앞서서
아내인 딸을 사랑하고 돌보시는
아버지이십니다.
아내와 남편.
그 사이에 하나님 아버지가 계십니다.
아내와 남편, 두 사람의 손을 붙잡고 계신 하나님.
누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편도, 아내도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갑니다.
아버지의 돌보심 안에 머물지 않는다면
서로를 안아주었던 사랑은 곧 사라져 버립니다.
그는 나의 남편이기 전에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아들이며,
나는 남편의 아내이기 전에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