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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음 Mar 11. 2020

엄마는 강하지만 나는 약하기에

심는 자와 물주는 자가 되었지만

 On the table @Leeeum


"아이들이란 존재가 소중하지 않다는 게 아니야.

너란 존재가 더 소중하다는 거지."


수화기 너머로 전해진 말을

백번, 천 번 들어도

결국 아픈 몸을 다시 일으켜서 세워

아이들의 밥을 챙겨줄 것이고,

여전히 아이들이 나란 존재보다

더 소중하다 여기고,

그렇게 행동할 것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고마웠다.


친구의 따뜻한 말에

잠시 엄마란 존재를 잊고,

위로하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딸이 되어서.



코로나 19로 목숨 걸고 애쓰는 분들이 계시니

무슨 말을 해도 죄송스럽지만,

재택근무자이고, 프리랜서이자

엄마이고, 아내이자, 며느리의

치열한 삶의 현장도 힘겹다.   


집에서 아이들의 세끼 식사를 다 챙기고,

학원 대신 공부를 봐줘야 하고,

틈틈이 원고를 쓰고, 일을 하는 분주한 일상.

덧붙여 어려운 가정과 함께 예배드리기 위해

지방까지 내려갔다 오는 게

쉽지 않았나 보다.


하나님이 맡기신 일을 잘해보겠다고

열심을 내고 애써 보지만,

지친 몸과 마음만 선명해져서 

하나님 앞에 다시 돌아올 때가 많다.

그렇게 사람의 노력과 착하려 했던 마음은

쉽게 흔들리거나, 어두운 그림자를 남기고는 한다.


한계에 부딪힌 마음이 되어서야

말씀 앞에 지난 시간을 세워본다.



성경은 일에 있어

심는 자도, 물주는 자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자라게 하시는 이가 없다면

이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고전 3:7)


지난 시간이 심으면서 게다가 물까지 준다면서

몸과 마음에 힘이 너무 들어갔던 건 아니었는지...

마치 대단한 일이라고 하는 것처럼 으쓱했던 마음이 커져서

"자라게 하시는 하나님"을 앞서 달려갔던 건 아닌지.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쓰러지고,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자에게

놀랍게도 하나님은

하나님의 동역자라고 하신다.

하나님의 밭이라고 하신다.

하나님의 집이라고 하신다. (고전 3:9)


하나님이 이토록 불완전한 존재에 의지하신다.

사람과 같은 의지가 아닌,

결핍이나 부족함 때문이 아닌

사랑을 이유로 우리의 자리를 마련해 두신다.

하나님은 우리와 일의 성취를 이루려는 분이 아니다.

함께 하시길 원하시기에 부르신다.

성취는 그분의 몫이기에.


하나님은 왜 이렇게 불완전한 존재를 바라보실까?

하나님은 왜 이렇게 무너지기를 반복하는 존재를 사랑하실까?


그의 호흡이 믿는 자들 안에 있다.

그는 말한다.

너는 내 것이다.


힘들 때 사랑한다라는 말만큼
다시 일어서게 하는 말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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