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쯤이었던 것 같네요.
울면서 회사를 다녔습니다.
입사 1년 차였던 나는
기업 잡지 한 권을 기획해서
만들어내야 했습니다.
도와줄 선배도 동료도 없고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도 몰랐죠.
몇 곳을 둘러 도착한 곳이라
이곳이 마지막 같았습니다.
도망갈 곳이 없었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부딪히고, 창피를 당하고
묻고, 부탁하며 그렇게 하나씩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것뿐이었습니다.
기도다운 기도를 할 수 있는
여력도 시간도 없었습니다.
그저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주님 도와주세요. 주님 도와주세요’
그 몇 마디 만을 중얼거렸던 것 같네요.
지나고 보니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 시간 속에서
주님은 나의 오랜 기도를 이루고 계셨습니다.
‘주님, 저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해 주세요.’
작은 인생만이 아니었습니다.
성경 속에서 발견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순간도
평화롭거나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가장 큰 뜻이 이루어지는 풍경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습니다.
가시관을 엮어 그 머리에 씌우고
갈대를 그 오른손에 들리고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희롱하였습니다.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 하며
그에게 침 뱉고 갈대를 빼앗아 그의 머리를 치더라"
_마태복음 27장 29-30
울음과 탄식소리, 조롱하는 군중과
채찍질 소리.
십자가를 흐르며 땅에
떨어지던 피.
존귀히 여김을 받아야 할 분이
온몸으로 폭력과 멸시를 당했던 십자가.
그 아래 서있던 제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진다’는 생각보다
좌절의 눈물이 먼저 흐르지 않았을까요.
낙심이 눈물이 되어 눈을 가리면
앞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기도하고는 합니다.
‘사환의 눈을 뜨게 하신 것처럼
내 눈을 열어
주님이 하시는 일을 보게 하소서‘(왕하 6:17)
세상의 눈으로는
실패처럼 보이는 십자가를 묵상합니다.
십자가에서 이미 하늘의 뜻이 이루어지고
이 땅에 승리가 이루어졌습니다.
이 땅에서 실패한 자와 같은 마음이 될 때
십자가의 승리를 떠올립니다.
이미 나에게 주신 승리가
오늘 하루에 드러나게 하소서.
사환의 눈을 뜨게 하신 것처럼
그럼에도 하나님이 곁에 계심을,
감사하는 입술로 고백하게 하소서.
삶이란 작은 배 안에
절망과 은혜가 함께 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