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들, 그리고 숨어있던 엄마

by 이음음
초등학교3학년 남자아이의 허세와 자신감이란 @Leeeum


"소명아 잠깐 들어와 봐."

늦은 저녁, 아빠가 안방으로 소명이를 불렀습니다.

이불속에서 자는 척하며

이 둘의 대화를 엿듣는 엄마.


"아빠가 소명이를 요즘 많이 혼내지?

여행 가서도 혼내고...

소명이 지금 몇 학년이야?"


"3학년이요."


"원래 그때가 많이 혼나는 나이야.

아빠도 그때 많이 혼났어.

엄마도 그랬고."

(엄마는 3학년 때 많이 안 혼났는데....)


"소명이가 집에서는 많이 혼나지만

집 밖에 나가면 잘하잖아.

교회에서도 칭찬받고

전도사님도 예뻐하시고

안 그래?"

"내가 집 밖에 나가면 약간 달라지는 거 같아요."


"그게 집에서 네가 버릇없게 굴거나

어른들 말을 잘 안 들으면 아빠가 혼을 내니까

집 밖에서 잘할 수 있는 거야."


(이불속에 숨어 있으려니 너무 더워서

얼굴을 살짝 빼고 보니

아빠의 손이 소명이 얼굴을 쓰다듬고 있더군요.

이런 훈훈한 풍경이란! )


"소명아, 네가 무슨 큰 문제가 있어서

아빠가 혼을 내는 게 아니야.

소명이가 집 밖에서 예의 바르게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혼을 내는 거야..

알았지?"


"네!"


서로 닮은 곰돌이 둘이

꼬옥 안고 있는 장면을 확인한 후에야

이불속에서 나올 수 있었네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사춘기에 접어든, 까칠까칠한 5학년 딸아이,

그리고 에너지가 폭발할 듯 늘 신이나 있는 3학년 아들.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고,

반항도 하고, 따지기도 하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만큼

자란 아이들을 봅니다.


타인은, 자신을 비춰주는 거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마음과 생각이

타인과 만나 부딪히면서

선명해지고는 합니다.


아이들이 부모라는 안전한 품에서

부딪히며 자신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기를...

그런 과정을 통해 남편도, 저도

부모답게 자라는 시간이 되기를...


어려운데 행복하고,

힘든데 기쁜,

그 오묘한 감정을

아이들을 키우며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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