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르기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길에는
신비로움이 있습니다.
보이는 것이 선명하지 않으면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촉촉한 봄비가 내리는
새벽 산을 걸은 적이 있었습니다.
안개가 가득했고
앞은 잘 보이지 않더군요.
망망한 안갯속으로 들어가니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더 선명하세 들리던 산새 소리.
마음이 고요해졌습니다.
언젠가 하나님은 분주한
마음으로 우왕좌왕하는 나에게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왜 나를 누리지 못하니?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길래
사랑하는 이를 곁에 두고서도
분주해했던 걸까요?
어느새 단단히 쥐고 있던
두 주먹의 긴장감이
스르륵 빠져나갔습니다.
그렇지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그제야
소소 남매의 사랑스러운 웃음소리가 들리고
흥얼거리는 나의 찬양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어느새 안개가 걷히고
소리의 주인공을 만났습니다.
나뭇가지에
작은 새 여러 마리가 앉아있더군요.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보았습니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먹이시는 하나님.
그분의 돌보심을 누리는 하루라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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