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서 제일 아쉬운 건,
장난치며 웃을 기회가 준다는 것입니다.
결국, 집에 와서 소명이랑
실없는 말들을 주고 받으며 아쉬움을 풀죠.
예를 들면,
"엄마 100을 쉽게 세는 방법 가르쳐주까?"
"응."
"100. 끝."
이런 실없는 농담을 주고 받다보면
피식- 웃음 바람이 새어 나오다가
어느새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고는 합니다.
오세열 작가의 그림 앞에서
그런 웃음 바람이 새어 나오더군요.
2021 KIAF의 힘이 팍팍 들어간
작품들 속에서 만난 그의 그림.
싱거운 농담을 보듯 지나쳤는데
자주 마주치다 보니 은근 중독되더군요.
낙서같은 숫자 한가운데
올려 놓은 신중한 농담들.
병뚜껑, 포크, 단추, 곰돌이....
그의 농담 앞에서
"뭐래~"하면서도
그의 어린아이같은 화법에
홀딱 넘어갔더래요.
*
어린시절, 벽과 장판에다 낙서하던
아이는 76세의 작가가 되었습니다.
이제 물감을 잔뜩 칠한 캔버스 위에서
노는 어린 아이가 되었네요.
다만, 어깨에 쌓인
어른의 시간을 떠올리며,
캔버스에 새긴 숫자만큼
읊조리는 기도를 한다고 합니다.
그는 무엇을 떠올리며
읊조릴까요?
주변에 아픈 분들이 많고,
아픈 소식도 들려옵니다.
어린 아이처럼
가볍게, 발랄하게 살고 싶지만
어른이란 무게는 가볍지 않은 듯 하네요.
무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교만 늘지 않기를...
오세열 작가의 그림 안에 담긴
어린 아이같은 순수함과
읊조리는 기도를 다시 떠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