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니 발레 카라치의 그림
이스라엘을 여행하며
되뇌였던 단어가 있습니다.
이방인.
성경에 나오는 이방인이 나를
지칭하는 표현이었음을.
유대인이 사는 땅에 가서야
깨닫게 되더군요.
유대인들에게는 사마리아 여인처럼
나 또한 이방 여인임을.
교회 미술의 여성 제자에 대한 논문을 쓰며
사마리아 여인이 그려진 그림을 봅니다.
(사실 책상에 앉아서 김복유 님의 노래를 더 많이 듣네요)
16세기, 초기 바로크시대
카라바조와 동시대에 살았던
안니 발레 카라치.
카라치는 요한복음 4장에 기록된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의 만남을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그의 작품 <그리스도와 사마리아 여인>을 보다
의아한 부분을 발견했네요.
그림 중앙에 예수님이 아닌
여인이 그려져있습니다.
(당시에는 중요한 인물을 그림 중앙에 그리고는 했지요)
카라치는 여인을 통해 무엇을
전하고 싶었던 걸까요?
제자들이 먹을 것을 들고 오는 모습을
보니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시간이 지났고,
여인은 예수님과 깊은 대화를 나눈 후의
모습입니다.
사마리아 여인은 전과는 다른 이가 되었습니다.
여인의 마음은 새옷을 입게 되었습니다.
그림 중앙에 그려진
사마리아 여인은 순결을 상징하는 흰옷을
입고 화려하게 빛납니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그를 향해 있습니다.
예수님을 만난 사마리아 여인은
더 이상 과거의 상처에 묶인 자가
아니었습니다.
카라치가 그림 중앙에
사마리아 여인을 아름답게,
그토록 빛나게 그린 이유를
상상해 봅니다.
아무도 찾지 않던 그녀가
그를 만나고 얼마나
아름다운 여인이 되었는지를.
아무도 보지 않았던 네게
아무도 오지 않았던 네게
그 누구도 찾지 않았던 네게
내가 지금 간다.
나는 사마리아 여인에게 말을 건다"
_김복유 님의 노래
<나는 사마리아 여인에게 말을 건다> 중에서
안니 발레 카라치는 16세기에 이런 그림을! 하고 놀랄만한
작품도 남겠어요.
<콩을 먹는 사람> 이란 작품은 먹는 행위를 주제로 한
최초의 그림이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