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딜 보고 있는 거예요?"
생각이 틀을 깬 여인의 포즈만이 아닙니다.
사진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림.
그림보다 <작가 미상>이란 영화로 먼저
만난 게르하르트 리히터.
독일이 통일 되기 전,
그는 이미 동독에서 유명한 화가였습니다.
총과 창을 든 '혁명의 그림'이 아닌
그는 자신의 원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죠.
베를린 장벽을 넘어 서독으로 왔지만,
그는 하얀 캔버스 앞에 앉아 아무 것도
그리질 못합니다.
"그림이란 무엇인가?"
게르하르트만이 아닌
당시 서독 작가들 또한 혼란에 빠져있었습니다.
미국의 팝아트와 반미학운동 속에서
미술과 예술에 대한 정의가
다시 세워지던 시대였던 것이죠.
"그렇다면 내가 진짜 그리고 싶은 그림은 무엇인가?"
그는 자신과 작품을 누르고, 자르고, 규정짓던
모든 틀을 하나 둘 씩 깨트립니다.
동독과 서독에서 경험한 틀과 규칙을
부수는 일이 그의 작업의 방향이 되었죠.
사진인지 회화인지 모호한 작품.
사진처럼 세밀한 구상화를 그리다가도
형태를 알 수 없는 추상화를 그리는 작업.
그에게 "어떤 스타일"은 폭력이었습니다.
“나는 어떤 목표도, 어떤 체계도, 어떤 경향도 추구하지 않는다.
나는 어떤 강령도, 어떤 양식도, 어떤 방향도 갖고 있지 않다 …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끝없는 불확실성을 좋아한다.”
- 게르하르트 리히터-
그의 문장에서 어디선가 들어본 표현이.
그래서 그를 "실존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정신"이라고 부르나 봅니다.
(예술에서는 얼마나 멋진 정신인가요! 하지만.)
게르하르트 작품을 보며 다시 떠올립니다.
포스트모더니즘, 이미 지난 이야기 같지만
예술 밖의 일상에서도 이미 깊이 스며있음을.
내가 보기에 좋은 대로 선택하고, 말하는 그 사이에서
생각해봅니다.
무엇을 위한 자유인가?
어떻게 자유를 사용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