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앙하는 남자와 언덕을 오르던
여자 주인공의 독백은 뜻밖이었죠.
"성적, 원하는 학교, 교우 관계
고작 이런 걸 기도한다고 신한테?
(나는 신에게 묻고 싶어)
나, 뭐예요? 나 여기 왜 있어요?"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를 만나게 될 줄이야!
작가는 작정한 듯 진지한
질문들을 쏟아냅니다.
(현실에서 '진지충'으로 몰렸을
그런 이야기들을.)
시청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신과 인간, 진리에 대한 질문으로
이끌어 가는 작가의 매섭고 용감한 대사에
매회 놀라며 감탄하네요.
"인간은 다 허수아비 같아.
자기가 진짜 뭔지 모르면서
연기하면서 사는 허수아비."
- 나의 해방일지 11화 중에서-
회사의 강요(?)에 의해 모인 이들의
해방클럽 대화 또한 흥미진진합니다.
껍질을 벗기고 삶의 속살을 드러내는 대사들.
"무엇에서 해방되고 싶으세요?"
각자 해방되고 싶은 대상은 다르겠지요.
하지만 해방되고자 하는 이가 가져야 할
태도는 동일합니다.
신입 회원에게 들려주었던
해방일지 강령 세 가지를 적어보자면
(참으로 정성스럽게)
1. 행복한 척하지 않겠다.
2. 불행한 척하지 않겠다.
3. 정직하겠다. (자신을 정직하게 바라보겠다.)
하늘에 둥둥 떠있을 법한 형이상학적인 질문들을
일상으로 가져오는 박해경 작가의 솜씨에
하이데거 할아버지도 놀랐겠어요.
알듯 모를 듯했던 하이데거의 그 말.
"진리는 작품 속에서 현현한다."는
말을 이해하게 해 준 <나의 해방일지>
드라마의 옷을 입혀 작가가 드러내고 싶었던
진리는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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