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버튼을 누르는 게 아니었어

- 수다로, 마음 토닥토닥 -

by 이음음

비 오는 도시의 밤은 물미역 같아.

번들거리고 비린내 나는.

자칫 잘못 밟았다가는 미끄러질 것 같아...


울적한 마음으로 미끌 거리는 도시를 내달리다 보니
마음이 휘청거려 견딜 수가 없던 날이었습니다.


창을 따라 쉬지 않고 흐르는 빗물 때문이었습니다.

통화 버튼을 누르고 그의 결점들을

다 쏟아내고 말았습니다.


무엇을 기대하며 얘기했던 걸까요?


말하고 나면 속이 시원할 줄 알았는데

마음이 따끔거리기까지 합니다.

내가 아끼는 사람이었는데...

그를 올려놓았던 심판대 위에

내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나는 왜 그럴까. 왜 또 그랬을까...'


누군가를 비판하는 것은
그 사람이 반성할 기회를 빼앗는 것과 같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비판받으면
자기 방어의 기제가 작동한다.

상대의 비판에 대해 자기 방어가 작동하는 것은
건강한 인간의 건강한 반응이다.

상대의 비판에 자기방어란 기제가 작동하지 않은 채
바로 수용하는 사람에게는 진정한 참회가 일어났다고 볼 수 없다.

참회는 시간이 필요하다.
비판에 대해 자신을 방어한 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_ 폴투르니에 <죄책감과 은혜>


비난과 비판은 상대에게

자기 방어를 일으킨다고 하니

역시 통화 버튼을 누르는 게 아니었습니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비난할 권리가

나에게 있다 할지라도,

당분간 그 권리는

주머니에 넣어두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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