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이 필요한 날엔 골든게이트 파크
구글 지도를 펼쳐 샌프란시스코를 살펴보면 만(Bay) 북서쪽에 좌우로 긴 초록색 직사각형을 볼 수 있다. 그 반듯한 네모의 이름은 골든게이트 파크. 샌프란시스코의 한가운데를 떡 하니 차지한 이곳은 지역 주민들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녹색 쉼터다. 1860년대, 뉴욕의 센트럴 파크 같은 공원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모래언덕에 나무를 심어 만들어진 골든게이트 파크는 오늘날 센트럴 파크의 면적보다 20%가 더 넓은 412 핵타르의 면적을 자랑하며 1870년에 문을 열었다.
골든게이트 파크는 그 규모에 걸맞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잘 조성되어 있는 연못과 축구장, 야구장은 물론, 야외 공연장이 있고 이들은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현대 미술품이 소장되어 있는 드영 박물관과 캘리포니아 과학박물관, 재패니즈 티 가든, 보타니칼 가든처럼 별도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갈 수 있는 시설들도 있다. 입장료를 내야 하는 시설들은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에게는 특정일에 무료로 개방되는 덕분에 별일 없는 주말이면 나와 남편은 공원에서 산책도 하고 문화생활도 한다.
공원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스트로베리 힐(Strawberry Hill)이다. 이름마저 상큼하고 사랑스러운 ‘딸기 언덕’이라니, 비틀즈의 “Strawberry field forever”와 콜드플레이의 “Strawberry Swing”이 생각날 정도로 생뚱맞고 귀여운 이름을 지닌 곳이다. 딸기 언덕은 아주 커다란 딸기를 엎어놓은 모양이다. 딸기 언덕을 둘러싼 연못은 계절마다 색이 변하는데, 어제는(4월 중순) 짙은 청록색이어서 곧 요정이 튀어나올 것 만 같았다. 언덕을 감싸 흐르는 연못을 따라 발로 젖는 오리 배나 노를 저어야 하는 나룻배를 탄 가족과 연인들이 떠다닌다. 오리들과 거위, 갈매기까지 연못이 제집인양 유유자적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토록 인공적인 곳에서도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자연의 생명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연못 주변과 언덕을 산책하며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다. 이곳에서 인상을 찌푸린 사람은 없다. 맑고 밝은 마음이 얼굴에 비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얼굴 위로 웃음이 내려앉는다.
스트로베리 힐 옆에는 마더스 미도우(Mothers Meadow)가 있다. 엄마의 들판이라니 이보다 이 장소를 더 잘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기가 막힌 이름이다. 엄마처럼 우리를 품어 줄 것 같은 아늑한 들판이 계절마다 다른 색으로 펼쳐진다. 4월의 마더스 미도우는 노란 야생화가 수를 놓았다. 너무 예뻐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얼른 그곳 한가운데 누워 풍경의 일부가 되어야 했기에 트렁크에 항상 넣어 다니는 돗자리를 깔고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노오란 융단 위의 파란 하늘, 그사이에 나. 이 순간만큼은 돗자리가 마법의 양탄자가 된 기분이다.
평소에는 너른 잔디밭이 펼쳐진 공터 가쪽으로 커다란 나무들이 그늘을 이루는 가운데, 구릉의 낮은 지역에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몸을 내 던져가며 논다. 몸을 사리지 않는 그 용기는 어렸을 때만 가질 수 있는 있는 무기다. 아는 것이 생기고, 자신의 몸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줄어드는 어른이 되어가기 전까지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엄마의 들판은 너그럽게 품는다.
골든게이트 파크는 발길 닿는 곳을 거닐며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넓은 장소다. 사람마다 자신의 새로운 경험을 써나갈 수 있는 곳. 어떤 이들은 조깅을 하고, 어떤 이들은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어떤 이들은 롤러스케이트를 탄다. 주로 산책을 하거나 피크닉을 하는 나에게도 파크는 넉넉한 품을 내어준다. 도심 한 복판에 찾는 이들 모두가 행복해지는 신기한 장소. 그곳에서 여유를 가지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행복한 일이다. 휴식과 쉼을 통해 재충전을 할 수 있는 곳에 이번 주말도 짝꿍과 손을 잡고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