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망고와 흰 수염고래

텍사스 애플망고는 98센트

by 한양희

빨간색과 초록색이 어우러져 싱싱해 보이는 애플망고가 98센트. 제주도 올래시장에서 하나 사 먹으려 했을 땐 만 8천 원이었는데? 그때 못 먹은 애플망고 3개를 얼른 집어 카트에 담았습니다. 오늘은 요 예쁜 애플망고로 과일 요거트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힝구(남편)는 일어나더니 웬일로 웨이트를 하러 간다고 했습니다. 어제저녁, 나와 헬스장에서 운동을 좀 한 뒤부터 통실 통실 쪄가는 살을 근육으로 만들어 몸을 키우겠다는 생각을 했나 봅니다. 나는 그런 힝구가 기특하기도 하고, 근손실이 오지 않기 위해서는 운동 전에 뭔가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과일 요거트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내가 처음 과일 요거트를 접한 곳은 방콕 람부뜨리 거리의 노점상이었습니다. 과일 요거트에 반한 나는 아침마다 그곳을 찾았습니다. 잘 익은 열대과일을 숭덩숭덩 썰어 넣고, 묽은 요거트를 올린 플라스틱 그릇을 받아 파란색 간이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꿀을 대충 두르고 요거트와 과일을 쓱싹 비벼 한입 넣으면 달콤한 열대과일의 향과 시큼한 요거트가 어우러져 찌뿌둥한 몸을 활짝 깨웠습니다. 그 상큼한 기분을 힝구에게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애플망고와, 블루베리, 바나나와, 사과, 청포도를 썰어 넣고 그 위에 그릭요거트를 올렸습니다. 치아시드를 뿌리고, 무화과 잼을 조금 올린 후 꿀을 한 바퀴 휘돌렸지요. 아직 침대에 누워있는 힝구에게 프룻 요거트를 가져가 입에 떠 넣어 줬습니다. 힝구는 맛있다며 떠주는 한 그릇을 냠냠 다 받아먹었지요. 요거트를 다 먹은 덩치 큰 애기는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다며 웨이트 대신 산책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누워있는 거 보니 웨이트 안 할 줄 알았지. 그래도 뭐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낫지’

그렇게 숲길로 산책을 나섰습니다.


몸을 키워야 하는 힝구와 반대로 살을 빼야 하는 나는 공복 유산소를 위해 요거트를 먹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망고를 썰고 난 후 씨앗 옆에 붙은 과육을 그냥 버릴 수 없었습니다. (나는 그 부분을 망고 갈비로 부른답니다) 소중한 과육이 붙어있는 망고갈비를 앞니로 훑어 먹다 보니 과일 섬유질이 앞니, 위아래에 끼여 버렸습니다. 나는 마치 흰 수염고래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산책을 하며, 이런 섬유질은 양치질로도 잘 안 빠진다고 투덜거렸습니다. 힝구는 치실을 사용하면 된다고 솔루션을 제시하고선, 내 얼굴을 보더니 빵 터졌습니다.

망고갈비를 훑은 내 입 주변에 망고가 여기저기 묻어 있었기 때문이죠. 그뿐만 아니라 과즙이 얼굴을 물들여 입 주변이 노랗게 되었다며 나를 보고 호머심슨이라고 놀려댔습니다.


그렇게 호머심슨을 닮은 흰 수염고래와 살이 통통하게 찌려 하고 있는 힝구는 손을 잡고 숲길을 마저 산책했습니다. 나와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아침이 평화롭고 소박한 행복으로 가득 차길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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