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크아웃은 노팁
주말, 또다시 샌프란시스코에 왔습니다. 오랜만에 타르틴에 가서 맛있는 빵을 사고, 한참을 걸어 필즈커피에 들렀습니다.
이곳에선 테이크 아웃 상품인 빵과 커피 값을 카드로 지불할 때 마저 팁을 얼마큼 줄지 판매원이 보는 앞에서 화면에 대고 눌러야 합니다. 아직 미국화가 덜 되었는지 나는 이 시스템이 무척이나 불편하고,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제품을 책정된 가격+세금까지 내고 정당하게 사는데 누구에게 가는지도 모르는 팁까지 낼 필요가 있냐는 것이죠. 이런 나에게 결재 후, 의무적으로 팁 가격을 선택하게끔 제안하는 시스템은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는 것으로 느껴져 익숙지 않을뿐더러 사실 너무 싫습니다.
힝구는 빵집에서 12불을 결재하고 15%의 팁을 눌렀습니다. 나는 물었습니다. “왜 팁 줬어?” 힝구는 대답했죠. ”이게 안 주고 싶어도 빤히 보고 있는데 노팁을 누르는 게 어려워. “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현지인들 조차 팁 문화가 소비자에게 부담을 준다고 아우성인데, 왜 이곳에선 팁을 줘야 하는 문화가 건재하고 있는 걸까요?
커피를 사러 가는 길에 나는 얘기했습니다. ”커피 결재는 내가 할게. 카드 줘봐. “
커피숍에서 주문을 받는 20대 동양인 여성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원하는 사이즈와 크림, 설탕의 추가 유무를 물어보았습니다. 이미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 터라 어렵지 않게 카드 결제 후 ’노 팁‘을 클릭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노팁을 누르는 순간 그 애의 얼굴은 일그러졌습니다. 본인의 서비스에 대해 무시당하는 느낌이었을까요? 괜스레 기분이 안 좋아지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왜지?) 이미 누른 것 어쩔 수 없지요.
’ 1불 더 주고 서로 기분 상할 것 없는 게 좋은 거 아냐? ‘
정당한 서비스의 대가만 지불하면 되는 거라 생각하는 스마트 컨슈머 앙순에게 물렁물렁 마음 약한 앙순이 불쑥 고개를 들어 물어봅니다. 뒤이어 커피바 넘어 그 여자에게서 한국말이 들립니다. ”아 집에 빨리 가고 싶다. “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채 들로레스 파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빵을 먹었습니다. 나의 찝찝한 마음과 달리 공원에서 보는 풍경은 평화로웠습니다. 팁을 주기 싫은 짠순이가 아닌 현명한 소비자이고 싶은 나의 자아를 샌프란시스코의 풍경이 위로해 주었습니다.
서서히 저무는 해와 번져가는 노을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나는 미국인은 못되겠구나.
‘테이크 아웃은 노팁이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져 보지만 다음번에도 뻔뻔하게 실행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