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더 커졌습니다.
힝구(남편)는 미국에서는 한국사람, 한국에서는 미국사람이 되는 이상한 사람입니다. 스스로도 어디에 속하는지 헷갈린다고 이야기하곤 하죠. 미국 명절도, 한국 명절도 보내지 않는 힝구네 가족은 제사며, 명절이며 한 달에 한두 번씩은 꼭 모이는 우리 가족과는 너무도 다르죠. 새로운 나라에서 새 삶을 꾸리기 위해 고군 분투한 시부모님에게 명절 챙기기가 어려웠을 거란 걸 나는 조금은 이해합니다. 첫 한 달 반 동안, 나도 이 나라에 정을 붙이고 적응하기가 매우 어려웠으니까요.
힝구의 식구에 반해 우리 가족들은 시도 때도 없이 모입니다. 내가 미국에 온 후에도 수빤이와 진매(내 여동생들)는 여유가 되는 주말이면 남친들을 데리고 영천에 내려갑니다. 아직 2022년인 이곳에서 엄마에게 전화를 해보니 동생들과 객식구(동생 남친)들이 먼저 온 새해를 영천에서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기념하고 싶은 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과 공간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나는 나의 새로운 가족들에게도 명절에 모여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주는 따뜻함을 맛 보이고 싶었습니다. 싫어한다면 할 수 없지만,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는 해봐야 알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이번 크리스마스에 창남(막내 시동생)과 함께 하와이에 가게 된 것이죠.
다행히 힝구와 창남, 나는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무사히 휴스턴으로 돌아왔습니다. 2022년을 보내는 마지막 저녁, 힝구와 데이트를 하고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창수(큰 시동생)에게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16일까지 방학이니 모일 때 연락하라구요.
시간을 내 모인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노력과 정성이 필요한 일이지만 꼭 필요한 일입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휴스턴, 뉴욕에 퍼져있는 가족이 모이기엔 더 큰 노력이 필요하지요. 표현법이 어색해도 힝구는 동생들을 엄청나게 생각하고 챙깁니다. 그 마음을 전할 방법은 자주 연락하고 자주 만나는 것이죠.
따뜻한 가족의 사랑을 담뿍 먹은 사람은 마음이 단단하고 용감합니다. 힘든 일을 만났을 때도 용기를 가지고 헤쳐나갈 수 있고, 설사 무너졌을지라도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요. 나의 가족이 나를 그렇게 만들어 준 것처럼, 나도 힝구에게 그런 가족이 되려 합니다. 힝구에게 미국 사람이든 한국 사람이든 괜찮다고 얘기해 줘야겠습니다. 국적이 뭐든 간에 힝구는 앙순이의 사람이니까요.
예쁜 내 힝구야, 행복한 2023년을 보냅시다.
사랑하는 엄빠, 동생들, 내 친구들!! 건강하고 행복한 새해 되세요.
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2022.12.31. 새해 직전 텍사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