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바다사자 보러 샌프란으로

동물의 생존권은 누구에게 달려있나?

by 한양희

지난번에 샌프란시스코에 갔을 땐, 힝구를 졸라 바다사자를 보러 Pier 39(39번 부두)에 갔습니다. 포동포동하고 게으르며 무해한 그 동물들을 한참 쳐다보느라 비행기를 놓칠 뻔했지요. 하지만 그 신비로운 뚱땡이를 보지 않고서 어떻게 그냥 갈 수 있을까요? 나와 너무도 다르게 생긴 커다랗고 순한 지방덩어리는, 추운 날씨에도 바다에 들어갔다 부두에 떠있는 부표 위에 몸을 싣고 햇볕을 쬐며 졸고 있었습니다. 이 생명체가 귀여운 건 나뿐만이 아닌 게 분명합니다. ‘오 쏘 큐트(Oh, so cute.)’ 이곳저곳에서 탄성이 뿜어져 나오니까요.


바다사자들은 어쩌다가 이곳에 무리 지어 살게 되었을까요? 보트가 드나들어 위험해 보이는 부둣가는 근처에 포식자가 없고, 폭풍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들의 좋은 서식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걱정 없이 가만히 존재하는 거대한 생명체를 보니 내 걱정도 노곤노곤 바다사자를 따라 낮잠을 잡니다.



누가 살고 누가 죽어야 할까?


동물 관련 다큐멘터리엔 생존과 죽음이 공존합니다. 살기 위해 사냥하는 포식자와 죽지 않기 위해 죽어라 달리는 희생자가 존재하지요. 약육강식 자연의 섭리를 가만히 지켜보노라면 잔인함이라는 것은 인간의 감정이 반영된 형용사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세계 곳곳의 멸종위기종을 소개하고 보호하기 위해 만든 영국의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풀어낸 ‘마지막 기회라니?’에서는 사라져 가는 동물들과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멸종의 위기에 처한 동물들과 그를 지켜내기 위해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생태 학자들, 환경 보호 운동가들의 모습을 보면서 책에 나온 아름다운 동물들이 부디 오래오래 살아남기를 바랐어요. 안타깝게도 양쯔강 민물 돌고래는 책이 나오고 얼마지 않아 멸종해 버렸지요.

한 가지 마음이 찝찝했던 것은 모리셔스의 황조롱이를 보호하기 위해 개체수가 늘어가는 고양이를 잡아 죽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양이가 새를 잡아먹지 않게 말이죠. 때로는 자연의 일을 자연에 맡겨두지 않고 개입해야 한다지만 살아서 보호받아야 하는 생명체가 있고, 죽여도 되는 생명체가 있다고 인간이 규정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데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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