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한 달 반의 일기

나 홀로 집에, 사랑은 가득히

by 한양희

미국에서의 한 달 반. 해오던 일과 삶의 터전이었던 대전(한국)을 떠나 새로운 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에 잘 적응하는 이로 스스로를 평가했던 나에게 지난 한 달 반은 꽤나 혹독했습니다. 코로나에도 걸렸고 넘치도록 남는 시간을 알뜰하게 쓰겠다고 무리하게 짠 생활 계획(거의 고3급이었음 ㅋㅋ)이 실천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게으르고 무능한 나를 미워하고 원망했지요. 그런 나에게 힝구는 정말 큰 힘을 줬어요. 내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계속해서 일깨워 줬거든요.



카톡 해주는 친구들과 인스타의 따뜻한 댓글, 엄마와의 영상통화. 역시 한 사람을 이루고 버티게 해주는 힘은 그 사람 개인에게서 나오기도 하겠지만 주변의 관심과 사랑이 없다면 존재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혼자 집에서 힝구 도시락을 싸고, 요가를 하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면서, 엄마 생각과 외할머니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결혼하고 타지에서 생활을 시작하며 맞닥뜨린 수많은 어려움들(엄마의 경우, 못 된 시어머니, 외할머니는 갑자기 쓰러진 남편, 둘에게 경제적 어려움은 디폴트 값)을 어떻게 이겨내고 지금의 나를 만들었을까요? 나는 그들의 아픔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달려가 꼬옥 안아주고 싶습니다.



오디오북으로 다시 읽(들)은 ‘이기적 유전자’의 내용 중 엄마가 아빠보다, 외할머니가 친할머니 보다 더 자식과 손주를 사랑하는 이유를 유전자 존속에 대한 확신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나의 경우 이 이야기가 새로웠던 건 나에게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물과 세대에 걸쳐 엄마와 외할머니의 사랑이 더 크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들의 내리사랑에 비할 수 없는 작은 사랑이지만 나는 내 마음과 연민의 감정, 감사함을 엄마와 외할머니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보이지 않는 내 마음이 날아가 그들이 알 수 있게끔 전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문자만으로, 전화만으로 전할 수 없는 사랑이 온몸에 가득 차 넘실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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